"경찰생활 10여년만에 화물컨테이너 차량을 호위하기는 처음입니다."

화물연대 전남지부가 총파업에 돌입한지 4일째인 15일 광양컨테이너부두 앞 왕복 6차선 도로에서는 경찰차가 컨테이너 차량을 에스코트하는 대작전이 벌어졌다.

긴급 지원된 군 컨테이너 차량 5대를 경찰차 2대와 경찰 오토바이 4대가 호위하며 광양 태금역과 컨테이너터미널 사이의 긴급 수출물량 운송에 나선 것.

경찰들은 광양항 주요 길목을 지키며 비조합원 차량의 진출입을 막고 있는 화물연대 조합원들과 혹시나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컨테이너 수송 작전을 벌였다.

경찰 한 관계자는 "14일 4회에 걸쳐 컨테이너화물차를 에스코트하고 태금역과 광양컨테이너부두를 왕복했다"며 "오늘 오전에만 세차례 호위를 맡았고 16일 새벽엔 한 업체의 요청으로 광양컨부두와 여수산단간 운송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광양컨부두 앞 왕복 6차선 양쪽 차로에는 총파업 깃발을 꽂은 수백대의 텅빈 컨테이너차량만이 도열해 있을 뿐 폭풍전야 처럼 한산했다.

평상시 같으면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화물차량 행렬로 북적거릴 도로지만 차량을 세워두고 인도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화물연대 조합원과 터미널 입구를 지키는 경찰병력을 빼고는 인적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13년째 이 지역에서 컨테이너 수송 화물 트레일러를 운행해 온 이모(46)씨는 "올들어 경유가격이 급등하면서 차량을 운행하면 할수록 적자만 쌓여가는 심각한 상태이다"며 "서울까지 운행할 경우 운송료는 보통 58만원 정도 받지만 왕복 기름값만 60만원이 넘어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우리도 하루빨리 운전대를 잡고 싶은 심정이지만 상황이 이런데 무슨 운행이냐"며 "정부가 무슨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비조합원들의 '생계형 파업'에 대한 자발적인 참여가 잇따르면서 14일 현재 광양항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상시 5100TEU의 10%에도 못 미치는 498TEU에 불과했다.

실제로 여수산단 입구 역시 도로 끝 차로에는 트럭들만이 가득할 뿐 운행되는 차량을 도무지 찾을 길이 없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길목을 지키며 화물차의 진출입을 통제하면서 파업 동참을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 한 관계자는 "영세사업장의 5톤미만 자가용 트럭이나 LPGㆍ석유같은 서민생활과 직결된 생필품의 진출입은 허용하고 있다"며 "정부가 우리의 요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더이상 물류대란이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공장이 멈춰서는 상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여수지사 박종룡 과장은 "물동량에 지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생산제품을 창고 등 저장장소에 보관하고 있어 직접적인 피해는 아직까지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파업이 장기화돼 다음 주말이면 원자재 입고 중단 등으로 공장 가동을 멈추는 영세업체들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광양항을 찾은 권도엽 국토해양부 1차관은 철도운송장 현장에서 선원표 여수지방해양항만청장으로부터 현황보고를 받은 뒤 "야적장 장치율이 32% 수준으로 적치상황은 그리 심각한 것 같지 않지만 컨테이너가 외부에서 들어오지 못한다고 하니 걱정이다"며 "이번 사태가 오래 갈수록 화주, 운송사, 화물연대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서로가 고통분담 차원에서 함께 노력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남일보 은용주 기자 yong@asia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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