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기업들의 무보증사채 발행이 줄을 잇고 있다.

이는 국내 주식시장이 조정을 겪으면서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데다 기업들의 은행 대출이 깐깐해지면서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자 운용자금과 차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말 1호 선박 인도를 준비 중인 C&중공업이 오는 22일 3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발행된 전환사채(CB) 상환과 시설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만기 금리는 6.0%로 결정됐다. 사채 만기일은 2011년 8월 22일이며, 하나IB증권이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신주 인수권 행사기간은 오는 9월 22일부터 2011년 7월 22일까지다.

금호타이어도 지난달 14일 1100억원의 회사채(제7회 무보증사채)를 발행했다. 2006년 10월17일 1000억원의 3년 만기 회사채(6회) 이후 약 1년 9개월 만에 발행하는 것으로 만기는 2년이다.

발행금리는 발행 전일 기준 국고채 3년에 175bp(1bp=0.01%p)의 가산금리, 혹은 7.25% 가운데 높은 금리로 결정키로 했다. 발행 목적은 앞서 발행된 회사채 상환이다.

회사 측은 조달된 자금으로 오는 8월12일 만기를 맞는 동일 금액의 회사채(3회)를 상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금호산업도 차환자금 부족분 300억원을 갚기 위해 700억원의 사채를 발행했다.

이처럼 지역기업들의 사채 발행 규모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최근 조정을 겪고 있는 증시 상황과 기업들의 낮은 신용도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다.

또 정부가 기업 인수합병(M&A) 자금 대출을 억제하면서 은행 대신 채권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상 7~8월이 자금 비수기여서 채권 발행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던 예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사채 발행이 운영자금 확보보다는 빌린 돈을 갚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자금난을 겪는 지역기업들이 '빚내서 빚갚기' 식의 자금악순환에 빠져들 우려를 낳고 있다.

여기에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등을 순발행함에도 불구 이들이 직접금융을 통해 자금 조달을 하기가 순탄치 않다. 우량 신용등급을 받은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의 경우 이런 어려움이 더욱 크다.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관리를 강화할 경우 이런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수 있어 자칫 지역기업들 자금난의 더 심화될 우려도 낳고있다.

이와관련,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금 동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이전 채권을 차환하거나 단기 자금을 상환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채권 발행을 선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광남일보 양동민 기자 yang00@gwangnam.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nomy.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