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산단 중소제조업체 격일제 근무·휴업 고민

#1 소촌산단에 자리한 기아차 광주공장 협력업체인 A사는 조만간 격일제 근무에 들어간다. 15일부터 기아차 광주공장이 조업단축에 들어가면서 생산량 조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체 직원이 250명에 이르는 이 회사는 우선 격일제 근무를 실시한 뒤 추이를 봐가면서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보다 상황이 악화될 경우 40명의 잉여인력이 발생하게 된다"며 "효율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조와 논의중이다"고 말했다.

#2 삼성광주전자에 에어컨과 김치냉장고 부품을 납품하는 B사는 연말에 장기휴무를 검토중이다. 오는 25일부터 내년 1월1일까지 8일 동안 삼성광주전자가 집단휴무에 들어가면 생산물량 전체를 삼성광주전자에 납품하는 회사로서는 일감이 없어져 동반휴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극심한 경기침체에 시달리는 광주지역 대기업체들이 잇따라 감산조치에 들어가면서 불똥이 중소 협력업체로 튀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감산조치로 일감이 준 중소협력업체들은 격일제 근무 등으로 대처한 뒤 추가 감산에 대비해 유급휴직, 무급휴직 등 단계적인 비상계획을 짜놓고 있다.

금호타이어 협력사인 C사는 고용유지지원금 등 노동부 지원 제도를 활용해 직원교육 등을 실시하면서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도 계속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이같은 임시방편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고민에 빠져 있다.

특히 어느 정도 안정적인 기반을 갖춘 대기업 1차 협력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세한 2~3차 협력업체들은 줄줄이 도산위기에 직면해 있다.

상당수 기업들이 이미 인원을 본격적으로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사 관계자는 "하남산단 일부 부품업체 상당수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이미 인원을 감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모두들 드러내놓고 인력을 줄이지는 못하고 있지만 물량이 없어 자금압박이 극심한 기업들로서는 살아남을 뾰족한 대안이 없다"며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현실에서 내년에는 본격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남산단관리공단 관계자는 "경제위기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기반이 취약한 중소업체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광남일보 박영래 기자 young@gwangnam.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