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주요국들의 경제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는 디폴트 가능성까지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 각국 정상은 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히 회동해 동유럽 구제금융 지원 가능성을 논의했다. 그러나 일괄적인 구제금융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동유럽, 구제금융 없으면 디폴트

헝가리ㆍ루마니아ㆍ불가리아 같은 주요 동유럽 국가들은 높은 대외 채무 비중으로 자금이 조금이라도 유출될 경우 심각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에 빠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날 주르차니 페렌츠 헝가리 총리는 EU 긴급 정상회의에 제출한 성명에서 "동유럽 경제에 대규모 구제금융이 지원되지 않을 경우 디폴트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며 "동유럽 회원국들의 디폴트는 유럽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EU 동유럽 회원국들에 최고 3000억유로가 필요하다"며 "이는 동유럽 지역의 국내총생산(GDP) 중 30%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말했다.

헝가리 등 대다수 동유럽 국가는 경제위기 극복 차원에서 더 많은 재정 지원을 EU에 촉구하고 있다.

◆獨, 일괄 구제금융 지원에 반대

EU 정상들이 이날 긴급 정상회담을 연 것은 심각한 금융위기에 직면한 동유럽 국가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 대책이 필요해서였다. 그러나 구체적인 지원 가능성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EU 순회 의장국인 체코의 미렉 토플라네크 총리는 이날 "EU 회원국 가운데 몇몇 국가만 따로 지원할 필요는 없다"며 "동유럽 국가를 특별히 지원하기보다 EU 회원국들을 지원하는 접근 방식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동유럽 회원국을 상대로 한 수십억유로의 구제금융 계획은 거부한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EU 회원국마다 처한 상황이 다른만큼 구제 방침도 사례별로 강구돼야 한다"며 "동유럽 회원국에 대한 일괄 구제금융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평했다.

◆동유럽 은행에 310억달러 지원

세계은행,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유럽투자은행(EIB)은 지난달 27일 동유럽 주요 은행들에 2년 동안 모두 245억유로(약 310억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은행은 은행ㆍ사회기반시설ㆍ무역금융에 55억유로, 정치적 위험 보장에 20억유로 등 총 75억유로를 지원한다.

EBRD는 이들 은행에 대한 주식 투자와 대출 등으로 60억유로를 공급하게 된다. EIB는 중소 기업에 110억유로를 융자할 계획이다.

노종빈 기자 unt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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