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의 잇따른 '한국때리기'에 정부가 직접 유력지 기고를 통해 반박에 나섰다. '왜곡보도'라는 단어를 쓰는 등 논조는 강경했다.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6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한국에 대한 진실'(The Truth About Korea)이란 글에서 "일부 논객들은 한국이 아시아금융위기 당시 경험했던 것과 유사한 중대위기에 직면해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며 기록을 확실히 바로 잡는게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이 부위원장은 한국의 외채가 취약하다는 지적에 대해 "외채총액이 1940억달러인 것은 사실이나, 이 중 390억달러는 선수금과 같이 갚을 의무가 없는 외채"라며 "따라서 한국의 순외채는 1550억달러이고, 이는 외환보유고(2015억달러)의 77%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 부위원장은 "2월 현재 외채 만기연장 비율은 91%를 넘고 있어 은행과 기업들의 대외채무 상환이나 만기연장에는 문제가 없다"며 "특히 은행권만 보면 총외채 1717억 달러 가운데 국내은행의 지불능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외국계은행 지점들의 채무가 723억 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지금의 한국경제가 다르다는 점을 수치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 부위원장은 "당시에는 기업들의 채무가 위기를 촉발하는데 일조했지만 현재는 기업들이 체질변화를 통해 건전하고 투명한 상태"라며 "부채비율은 1997년 4분기의 400%에서 2008년 3분기에는 104%로 낮아졌고, 10대그룹 44개 계열사의 현금유보액도 2990억달러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1996년 경상수지 적자는 GDP의 4.2%에 달했으나, 올해 2월 현재는 33억 달러의 무역수지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경제역사에서 경상수지가 흑자상태에 있는 동안 지불불능상태에 빠진 국가의 사례는 발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부위원장은 "은행들 역시 외환위기로부터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건전성이 개선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7.0%에서 12.2%로 크게 증가하고, 연체율도 상당히 개선됐다"며 "한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40~60% 수준으로 90~100% 사이에 있는 미국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위원장은 "글로벌 금융 여건이 어려우며 때로는 위협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견고하고 한국의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것 역시 사실"이라며 "세계 13대 경제국인 한국에 대해 왜곡 보도를 하고 있는 언론들은 이러한 사실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