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PTV가 중국에 진출했다?'

중국 내 한국 교민을 상대로 한국의 IPTV 방송을 공급한다고 속여 돈을 챙긴 뒤 서비스를 중단하는 사기 행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중국 내 한국 교민들의 '향수'를 악용한 상술에 교민들의 피해가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북경 등 한국 교민이 밀집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일부 사업자들이 한국 IPTV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불법 투성이어서 교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 내 사업자들이 판매하는 '한국 IPTV'는 사실 한국의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를 수신, 이를 디지털로 전환해 IPTV용이라고 속여 판매하는 것이다. 결국 한국의 위성방송이 중국에서 '한국 IPTV'로 둔갑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 베이징에서 부동산컨설팅 유한공사를 운영하고 있는 남기범 대표는 "중국에서 한국 위성방송을 시청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데다 이를 IPTV 방송용으로 녹화해 판매하고 있으니 불법 위에 불법이 횡행하는 것"이라며 "불법 IPTV는 방송에 자체광고를 집어넣는 치밀함까지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 IPTV는 셋톱박스와 1년 시청료를 합해 2800위안(약 54만원)이나 되는 등 비용이 비싼데다 방송이 언제 끊길지 모르는 위험까지 안고 있다.

사업자가 중국 수사기관의 수사를 피해 서비스를 중단하면 더 이상 방송을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IPTV를 신청해 시청하다가 몇개월 지난 뒤 사업자가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더 이상 방송을 볼 수 없게 된 사례도 부지기수다.
　
현재 중국에서는 위성안테나를 설치하면 한국의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를 시청할 수도 있다. 북경 왕징이라는 한인촌 내 아파트 단지에만 30% 정도가 스카이라이프를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비용은 위성 안테나와 1년 시청료를 합쳐 4500위안(약 87만원)으로 비싼 편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외국 방송을 시청하는 것은 불법이다. 지난 해에는 북경 찌징친위엔 아파트 단지에 단속 요원이 급습해 위성접시를 모두 수거해간 적도 있다.

중국측 관계자는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교민들이 한국 방송을 보고 싶어한다"며 "이런 점을 노려 사기행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불법이어서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위성TV나 IPTV와 같은 방송서비스를 중국 등 해외 교민들에게 합법적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중국에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우리 정부가 마땅히 취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며 "한국의 위성방송이나 IPTV를 해외에 수출하는 것도 국가간 논의가 필요하므로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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