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최근 경제상황과 관련, "경기 하강이란 방향은 그대로다. 다만 속도만 좀 완화되고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열린 제10차 ‘위기관리대책회의’를 통해 "최근 일부 외국 언론이 우리의 경제 전망을 상향조정하고 있고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침체에서 벗어날 것'이란 낙관론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실물부문이 회복된다는 강력한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경기 바닥론'에 대해 거듭 경계의 뜻을 나타낸 것.

윤 장관은 지난달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인 66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한데 대해선 “수출이 수입보다 많이 줄어들었다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땐 ‘굿 뉴스(좋은 소식)’이다”고 평가하면서도 “상품수지 개선에도 불구하고 아직 수출은 완전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설비투자나 민간투자가 본격적으로 살아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현 상황을 낙관적으로 진단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고용 여건은 여전히 심각하고, 미국·일본·유럽 등의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단 점에서 상황을 보다 냉철히 예의주시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해야 할 방향과 자세는 이른 세계경제의 흐름과 각종 지표의 움직임에 따라 적절한 대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장관은 “우리의 경기 회복을 앞당기려면 무엇보다 추가경정예산을 빨리 확정짓고 조기에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세계경제위기를 맞아 제조업과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나라의 성장 전략에 한계가 달했음이 입증된 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을 집중 육성함으로써 신(新)성장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날 회의에선 ‘서비스산업 선진화’와 ‘신성장동력 확충 방안’ 등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다.

윤 장관은 “서비스산업의 선진화는 단기간에 끝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규제 완화 등 쉽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차근차근 추진하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논의는 계속 진행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에 앞서 윤 장관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돼지인플루엔자’와 관련해선 “보건복지가족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등을 중심으로 잘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민들이 많이 걱정하고 있음을 유의해 관계부처간 협력에 차질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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