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프랑스 여성들은 여가수 바네사 파라디(사진)처럼 좀 마른 편이지만 스스로 살이 쪘다고 생각한다. 반면 영국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살이 좀 찐 편에 속하나 스스로 말랐다고 생각한다.

최근 프랑스에서 유럽 각국 여성들의 평균 체중을 조사해본 결과 편차가 많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몸무게에 대한 남녀의 인식, 그 중에서도 특히 여성들의 인식이 나라마다 크게 달랐다.

◆마른 프랑스 여성 "난 뚱뚱해", 풍만한 영국 여성 "난 날씬해"

프랑스 여성들은 유럽연합(EU) 회원국 여성 가운데 가장 마른 편에 속한다. 그러나 EU의 어느 나라 여성들보다 자신의 몸무게에 대해 걱정한다.

반면 평균적으로 살 찐 영국 여성들은 자신이 섹시한 여느 여성 스타 못지 않게 날씬하다고 여긴다.

이번 조사를 이끈 프랑스 국립 인구학연구소(INED)의 티보 드 생 폴 연구원은 "한 나라 국민의 평균 체중이 단지 다이어트나 운동 혹은 유전학과 연관돼 있는 게 아니라 날씬함ㆍ매력에 대한 문화적 차이 및 국민성으로부터도 크게 영향 받는다"고 결론지었다.

◆살 쪘다는 것은 착각일 수도

생 폴 연구원은 "프랑스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체중은 다른 나라에서 이상으로 여기는 수준보다 훨씬 낮다"며 "스스로 살쪘다고 생각하는 프랑스인이 미국에 가보면 자신은 결코 살찐 게 아니라고 생각을 고쳐먹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럽 각국의 평균 체중 비교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장하는 성인 체질량지수(BMI)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BMI란 자신의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것이다. 일례로 몸무게 99.79kg에 키가 1.905m라면 그의 BMI는 27.5다. 이는 '과체중'에 속한다.

BMI가 18.5 미만이면 '심각한 저체중' 상태다. 이상적인 BMI는 18.5~25 미만이다. 25~30 미만이면 '과체중', 30 이상이면 '비만'으로 분류된다.

프랑스 여성들은 BMI 23.2로 EU 회원국 여성 가운데 가장 낮다. 한편 영국 여성들의 평균 BMI는 26.2로 과체중에 해당한다.

◆몸매에 대한 기준 사회마다, 시대마다 달라

(사진=블룸버그뉴스)

사실 여성의 이상적인 몸매에 대한 기준은 사회마다, 시대마다 변해왔다. 서양에서는 16세기로 접어들면서 '풍만한 몸'이 각광 받았다. 반복되는 전쟁ㆍ흉년으로 먹을 거리의 양이 제한된 상황에서 부유한 귀족은 음식 섭취량으로 스스로를 평민과 구분하려 들었던 것이다.

음식을 대량으로 먹는다는 것 자체가 자신들의 우월한 사회적 지위에 대한 과시 행위였던 셈이다.

그러던 중 근대화의 진행에 따라 생산력 자체가 획기적으로 증대되자 귀족은 이제 양이 아닌 질로 스스로를 평민들과 구분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미식'(美食)의 개념이 자리잡으면서 날씬한 몸매가 사회적 성공을 의미하게 됐다.

◆날씬한 것은 바쁘게 활동하기 때문

프랑스 여성들이 대체적으로 날씬한 것은 여성이라면 당연히 날씬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에서 비롯되기도 했다. 생 폴 연구원은 "프랑스 사회에서 마른 몸매의 여성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1980년대 들어 광고ㆍ드라마 등에 이른바 '커리어 우먼'의 이미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성공한 여성을 나타낼 때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어떤 패션과 스타일도 소화해낼 수 있는 날씬한 외모다.

이런 이미지 속에서 '성공한 여성'은 곧 '아름다운 여성'으로 일체화하기에 이르렀다.
2004년 베스트셀러 '프랑스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French Women Don't Get Fat)의 저자인 미레이유 줄리아노는 "프랑스 여성들이 날씬한 것은 덜 먹기 때문이 아니라 좀더 양질의 음식을 섭취하는 가운데 바쁘고 활동적인 삶을 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문제는 요즘 젊은 프랑스인들 사이에 과음과 패스트푸드 섭취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몸무게를 둘러싼 문화적 인식에, 다시 말해 사회에 무슨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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