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사람, 비만체형의 사람들은 이제 항공기에서도 차별된 대접을 받는 세상이 됐다.

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운영비를 최대한 줄이려 하는 항공사들이 비만 승객에게 제재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의 유나이티드 에어라인(UA)이 ‘과도 비만’ 승객에 대해 사실상 요금을 2배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새로운 운항 규정을 적용한 데 이어 아일랜드의 저가 항공사인 라이언항공도 뚱보 승객에게 요금을 더 받는 방안에 대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들이 비만 승객에 대해 고민에 빠진 것은 이미 오래됐다. 지난 2006년 미국 코넬대학은 미 항공사들이 비만 승객 때문에 지난 10년간 2억7500만 파운드의 무게를 추가로 싣게 돼 3억5000만 갤런의 연료를 소모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비만 승객이 탑승했을 경우 항공기가 가장 먼저 받는 부담은 연료비 상승이다. 가령,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항공기에 100kg 무게가 추가되면 시간당 평균 약 3kg의 연료가 추가 소모 되는데, 회사가 보유한 전체 항공기에 이 공식을 반영하면 월간 약 5000만원, 연간 6억원의 비용이 추가된다고 한다.

◆승객 무게 측정 어려워, 산정기준 활용= 그런데 연료 절약 보다 항공사들이 승객 무게에 민감해 하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항공기는 안전을 지키고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기체의 정확한 중심위치를 측정한다. 기체 중심이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에 따라 뒤쪽 날개의 플랩 각도를 조절하면서 날기 때문에 항공기 중량과 무게중심, 승객의 중량, 화물, 수하물 무게확인 작업은 필수적이다.

화물 중량은 싣기 전에 미리 알 수 있고, 위탁 수하물도 체크인하면서 무게를 잰다. 기내서비스 용품이나 기내판매 용품도 계획에 따라 실으므로 수치는 바로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탑승객과 탑승객이 기내에 반입하는 휴대품의 무게만 체크할 수 없다. 몸무게란 개인의 사생활과 직결되는 것인데, 항공사가 일일이 무게를 측정한다면 승객들로선 좋은 기분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공사들은 승객의 몸무게에 대한 일정 기준을 정해 이를 근거로 간접 유추하고 있는데, 무게 기준은 국가별, 항공사별로 차이가 있다.

가령 미 연방항공청(FAA)은 지난 1995년도에 탑승객 무게 기준을 마련했는데, 계절에 따라 어른과 어린이에 따라 달라진다. 겨울철 장거리 노선은 성인 남자 1인당 182파운드(약 82kg), 어린이는 75파운드(약 34kg)로 계산한다. 하와이 등 관광노선은 이 기준을 10% 정도 줄여서 계산한다. 한국의 경우에는 신체조건이 서양인들에 비해 왜소하기 때문에 이보다 낮은 무게를 기준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단, 씨름선수나 레슬링 선수 등 덩지가 큰 사람들이 한꺼번에 수십 명 탑승할 경우 항공사에서 한 사람씩 무게를 계측한다.

아시아나 A330-300

그런데 이러한 산정기준은 항공사들에게 다른 문제를 유발시킨다. 즉 시간이 지날수록 승객들의 평균 체형이 커지는 추세를 무반영해 1인당 체중 기준이 상향 조정될 경우 항공사들은 한 대당 탑승할 수 있는 승객수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탑승정원이 줄면 항공편당 수입이 그만큼 줄어들어 회사 사업계획까지 수정하는 상황에까지 놓이는데 10~15인승 항공기를 운항하는 저비용 항공사들에게는 타격을 입힐 수 있다.
FAA는 설정된 지 14년이 지난 기준 때문에 승객들의 무게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항공기가 추락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지난 2003년부터 항공사들에게 승객의 무게 산정기준을 재검토하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항공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승객들의 반발···그래도 추진한다= 기존 수익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FAA의 기준이 바뀌면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갈수록 무거워지는 승객들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외국의 일부 항공사들은 고객들의 비난을 무릅쓰고 뚱뚱한 승객들에게 추가 요금을 부과함으로써 이같은 손해를 보충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이같은 항공사들의 움직임은 승객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승객들의 체형이 10년전에 비해 커졌다면 이에 맞춰 기내 좌석 배치 간격도 늘려줘야 하는데 항공사들이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비만이라는 이유 때문에 정상인과 차별화 된 요금을 지불하는 것은 인권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캐나다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11월 20일, 비만 승객이 자국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할 때 1인분 운임을 지불하더라도 2인분 좌석을 점유할 권리가 있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물론 비만 승객 문제는 외국의 상황일 뿐 우리나라 국적 항공사와는 무관하다. 하지만 항공기 여행이 보편화 되면서 외국 항공사를 이용하는 우리 승객들도 늘어나는 만큼 만일에 일어날 수 있는 체중 문제가 남의 일로만 볼게 아닌 것은 분명하다.<자료 제공: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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