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는 12일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추가로 수십만달러를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 측의 요청으로 2007년 9월 홍콩 법인 APC 계좌에서 수십만달러를 꺼내 자금 세탁을 거쳐 미국에 체류하던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 부부의 지인 계좌로 송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돈이 지난해 2월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송금된 500만달러, 2007년 6월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된 100만달러와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전날 오후 2시께 정연씨와 남편 곽모 변호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정연씨 부부가 돈을 송금 받은 사실을 인정했으며, 600만달러와 마찬가지로 전달 과정에 정 전 비서관이 개입돼 있다고 전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 측이)박 전 회장으로부터 수십만달러를 추가로 수수한 혐의가 있다"며 "홍콩법인 APC 자금에서 자금 세탁을 거쳐 직접 미국 계좌로 송금됐다"고 밝혔다.

홍 기획관은 이어 "정연씨와 사위를 전날 소환 조사했다"며 "실명계좌주는 정연씨와 관련돼 있고, 미국에 있어 전화상으로 확인을 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APC 계좌 추적 과정에서 지난 9일 송금 계좌를 확인하고 수사를 진행했으며, 박 전 회장과 정 전 비서관을 불러 사실 관계를 파악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박 전 회장과 정 전 비서관의 진술이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번주 권 여사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인접한 부산지검 혹은 창원지검에서 소환해 이 같은 의혹 등을 캐물을 예정이다.

검찰은 권 여사를 조사한 뒤 노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지, 아니면 곧바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불구속 기소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한편 검찰은 박 전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 박 전 회장의 사돈이자 이른바 '대책회의' 참석자로 알려진 김정복 전 중부국세청장을 이날 오후 1시30분께 소환해 조사 중이다.

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