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재입찰 의사 발표 안해...

현대중공업이 단독 입찰한 현대종합상사 인수전이 결국 유찰됐다. 업계는 채권단의 향후 일정 발표에 주목하고 있지만 현대상사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외환은행이 주축인 채권단으로부터 유찰을 통보받은 14일 현대중공업은 "오늘 오후 채권단으로부터 유찰 사실을 통보 받았다"며 "재입찰 일정은 채권단이 결정하는 만큼 뭐라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당초 인수전 레이스에 참여했던 BNG스틸과 큐캐피탈파트너스 등은 입찰을 포기한만큼 인수전 재 참여도 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업계는 현대중공업 재입찰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으나 현대중공업은 재입찰 의지를 확실히 밝히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유찰 사실 외에는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일정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을 감안해도 재 참여 의사가 크다고 볼 수는 없는 반응이다.

현대중공업의 'M&A 전력'도 현대상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이 벌어지고 한화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도 자체 산정한 인수가격을 고수할 뿐 판을 키우는 적극적인 레이스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번 유찰도 현대중공업이 써낸 금액이 채권단이 생각한 금액과 큰 괴리를 나타냈기 때문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인수금액을 높여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다시 나설까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이 재입찰 하지 않을 경우 현대상사의 주인 찾기는 다시 속절없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분위기는 현대중공업에 우호적이다. 집안 싸움으로 번질 뻔 했던 인수전이 입찰 과정에서 정리된 만큼 BNG스틸 모기업인 현대기아차그룹이 다시 인수전에 뛰어들어 경쟁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큐캐피탈파트너스와 관계된 현대그룹 역시 현대건설 인수에 사활을 건 만큼 현대상사 인수에 굳이 총알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현대상사가 중국 현지 등에 조선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점도 중국에 건조기지가 없는 현대중공업의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기는 조건이다. 경영상 부실이 상당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현대상사가 경영하는 것과 조선소 사업의 '타짜'인 현대중공업이 경영하는 것은 질적으로 다르다.

한편 채권단은 올해 중에 매각을 다시 추진할 방침이나 매각주간사를 재선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재입찰과 수의계약 등으로 다시 매각을 진행할 것"이라며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점과 자원분야 배당이 들어오는 점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재입찰을 할 경우 매각공고 후 기업들로부터 인수 의향서를 받고 예비 실사를 거쳐 입찰할 기업들만 인수제안서를 내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정을 밟는다. 2달 남짓 걸리는 이 과정을 지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이 되면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본 실사를 한 후 본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우경희 기자 khwoo@asiae.co.kr
김준형 기자 raintr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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