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황용희 연예패트롤]'배우들은 끊임없이 변신해야 한다.'

한곳에 머물러있다 보면 '이미지의 덫'에 걸려 스스로 침몰하기 십상이다.

한번 악역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에게는 지속적으로 악역 역할만 들어오고, 코믹한 캐릭터의 연기에 익숙한 연기자는 계속 코믹 캐릭터만 연기하게 된다. '이미지의 덫'에 갇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연기자라도 지속적으로 비슷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연기하다보면 팬들에게 '변신없는 연기자'로 낙인 찍히게 된다.



그래서 연기자들은 끊임없이 변신하려고 한다. '변신'이 없는 연기자는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고민하다 끝내 좌초하곤 한다. 이 때문에 연기자들은 두번 이상 같은 이미지의 연기나, 비슷한 느낌의 작품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미지의 덫'에 잡혔던 연기자들은?

이같은 케이스로 힘들어 했던 연기자중엔 송일국과 김선아가 있다.

MBC 대하드라마 '주몽'에 출연, 일약 '국민연기자'로 떠오른 송일국.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을 연기한 그는 이내 한국을 대표하는 남자배우가 됐다. 그런데 그가 '주몽' 다음으로 선택한 드라마는 다름 아닌 KBS2 '바람의 나라'였다. '바람의 나라'는 주몽의 손자 무휼의 활약상을 그린 사극이었다. 당연히 주인공인 송일국은 주몽의 손자인 무휼을 연기하게 됐다. 하지만 이것이 그에게는 아쉬움이었다.



그의 연기를 본 일부 시청자들이 무휼에게서 주몽을 떠올렸던 것. 당시 송일국은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였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려고 노력했지만 시청자들의 눈에 비친 송일국은 주몽의 느낌이었다. 송일국이 주몽이란 '이미지의 덫'에 갇혀버린 것이다. 시청률 역시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바람의 나라'는 경쟁드라마였던 MBC '베토벤 바이러스'에 밀려 자존심에까지 상처를 받았다.



김선아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드라마는 다르지만 비슷비슷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연기해 마음 고생을 했다. 그도 처음엔 특유의 연기력과 엉뚱한 캐릭터로 '대박'을 쳤다. 바로 현빈과 함께 호흡을 맞춘 드라마 '내이름은 김삼순'에서의 김삼순 캐릭터였다. 하지만 그도 '밤이면 밤마다'에 출연하면서 고전했다. 물론 다른 느낌의 연기를 펼치려고 노력했지만 김삼순 캐릭터의 한계를 넘지 못한 것.





＃그럼 김윤석은?

최근 이들의 케이스를 경계하면 잔뜩 몸을 움추린 연기자가 있다.

바로 '거북이 달린다'의 김윤석이다. 그는 '거북이 달린다'에서 신출귀몰한 탈주범에게 무참히 깨지는 어리숙한 시골 형사 조필성으로 출연한다. 하지만 보도자료 등만놓고 판단하면 그의 이번 캐릭터는 영화 '추격자'의 보도방 주인 중호와 비슷했다. 그래서 영화계 인사들도 '추격자'의 중호와 '거북이 달린다'의 조필성이 비슷한 캐릭터가 아니겠냐는 대수롭지않은 반응을 내놨다.



하지만 김윤석은 최근 열린 영화 '거북이 달린다' 제작 보고회에 참석, "솔직히 '추격자'와 비슷하다는 우려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영화 '추격자'와 '거북이 달린다'는 다른 영화다.'추격자'와 비슷한 점이라면 초반에 5초 정도 달리기 하는 모습이다. 영화 하이라이트편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전작과 비슷한 점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추격자'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해 고른 것이다. 시나리오에서 범인을 쫓는 과정은 하나의 소재에 불과했다. '거북이 달린다'는 가족들의 이야기와 탈주범으로서의 정체성, 작장을 잃게 되는 가장의 모습,그 가장의 삶과 부인의 삶 등이 진하게 그려진다. 관객들에게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고 부연 설명, '추격자'와의 차이점을 극구 설명했다.



그가 이처럼 두 영화상 캐릭터의 차이점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이유는 팬들이 '그 이미지에 그 캐릭터'라는 생각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자칫 영화흥행에 차질을 빚을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인 것.



물론 일부에서는 김윤석이 '거북이 달린다'에서 보여준 느긋한 충청도 사투리의 순박한 형사 조필성은 분명 '추격자'의 보도방 주인 중호와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팬들은 아직 그 차이점이 뭔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김윤석이 할일은 '중호'와 '조필성'의 차이점을 널리 설파하는 일이다.



어찌됐든 다음달 11일 개봉되는 '거북이 달린다'를 봐야 중호와 조필성의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윤석

황용희 기자 hee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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