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위안화의 국제적인 위상 강화에 팔을 걷어부친 가운데 영국 일간지인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 이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칼럼으로 중국을 향한 날을 세웠다.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의 장광핑 부주임이 2020년 위안화가 세계 4대 기축통화로 부상할 것이라고 언급한 후 이틀만의 일이다.

FT는 달러화가 기축통화의 입지를 확보한 것은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막강한 영향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지 관료들의 정책적 조치로 빚어진 결과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달러화에 대한 중국의 공격이 상당히 근시안적일 뿐 아니라 내부 정치 논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2조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 가운데 70%를 미국 국채로 채웠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이 뜨겁다는 것. 달러화 가치 하락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면서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정부의 이중적인 행보를 국민들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10%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가난한 국가가 부자 나라에 막대한 돈을 빌려주는 데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중국 정부의 기축통화 논란도 여기서 비롯됐다고 FT는 풀이했다.

중국이 막대한 자금을 외환보유액으로 묶어둔 데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정부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FT는 일정 부분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결국 중국이 자초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몇 년 사이 중국의 위안화 상승 속도가 더 빨랐더라면 중국 경제가 이토록 눈부신 성장을 보이기는 힘들었을 것이고, 외환보유액 역시 이처럼 급속하게 불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위안화 가치 상승을 인위적으로 방지한 중국 정부의 정책이 빚어낸 결과라는 것.

FT는 중국이 미국의 대규모 쌍둥이 적자를 이유로 달러화 하락 위험을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중국이 GDP 대비 8~9%에 달하는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하려면 상대편은 대규모 적자를 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중국이 진정으로 국제 사회에서 위안화의 역할과 위상을 강화하려고 한다면 금융시장의 질서부터 바꿔야 한다고 FT는 말했다. 위안화는 아직 완전한 태환성을 갖추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외 자금이 중국의 국경을 넘는 데 여전히 엄격한 규제가 따른다. 해외 수출업체가 유동성이 풍부하고 헤지도 손쉬운 달러화를 두고 굳이 위안화로 거래하려고 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위안화 자산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을 얻으려면 먼저 시장 수급에 따라 금리가 결정되고 개방된 채권시장을 갖춰야 한다고 FT는 주장했다. 또 단순히 선진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가 중국의 위상을 강화할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세우려면 통용 지역을 넓힐 것이 아니라 먼저 이 같은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고 FT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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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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