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은 여전히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눈가는 이미 촉촉히 젖어있었다.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노 전 대통령의 유해를 실은 운구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수백개의 노란 색 종이비행기가 그의 머리 위로 날아들었다. "잘 다녀 오십시오"라는 목소리가 울렸다. "고맙습니다." 그가 살아있는 듯 환청이 들렸다.

29일 노 전 대통령의 발인제가 열린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아침은 숙연했다. 오전 5시 육ㆍ해ㆍ공군 의장대 10명으로 이뤄진 운구병이 태극기를 씌운 노 전 대통령의 관을 봉하마을 마을회관 빈소에서 분향소 앞으로 옮겨 운구차에 실었다. 이어 마을회관 앞 광장에선 문 앞에서 치르는 간단한 의식인 견전제(遣奠祭)가 진행됐다.

유가족이 고인의 영정 사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축문이 낭독되자 밤새 분향소를 지킨 조문객들 사이에서는 울음 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견전제 후 일행은 영정과 국민훈장을 들고 사저와 생가를 돌아봤다.

딸 정연씨와 손녀의 손을 꼭 잡은 권 여사는 골목길에 모여 오열하는 조문객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뜻을 전했지만 울음을 참진 못했다. 사저에 도착한 일행은 고인이 얼마 전까지 머물며 체취를 남긴 서재와 침실ㆍ거실 등을 둘러봤다. 고인에게 마지막으로 삶의 공간을 보여준 것이다.

운구차량 위에는 순백색의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 들어 고인을 보내기 아쉬운 듯 운구차량 위를 맴돌았다. 비둘기는 주변을 날아다니가 운구행렬이 서울로 출발하면서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를 지켜보던 조문객들은 "(비둘기를) 누가 보낸거냐"며 오열했다.

마을 스피커에선 노 전 대통령이 평소 좋아했던 '상록수'가 울려 퍼졌고, 봉하마을은 울음소리가 메아리쳤다.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소리도 내지 못하고 몸을 떨며 우는 사람, 어린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아이의 머리 위로 연신 뚝뚝 눈물을 떨어뜨리는 사람, 소리내 통곡하는 사람 등 순식간에 봉하마을은 눈물바다가 됐다.

경기도 포천에서 온 대학생 유현옥(23ㆍ여)씨는 "노 전 대통령은 국민들이 의지할 수 있는 방패가 돼준 분이셨다"며 "해외에서는 당당했지만 우리 국민들 앞에서는 (국민들을 품어주느라) 한없이 약한 분이었다. 사랑한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운구행렬은 5시간 남짓 고속도로위로 이어졌다. 운구차가 영결식장인 경복궁 앞뜰로 들어오자 군악대의 조악 연주가 시작됐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 3000여명의 참석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국민의례와 묵념이 진행됐고,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고인의 약력을 보고했다.

공동 장의위원장인 한승수 국무총리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조사를 낭독하고 종교의식이 끝나자 고인의 행적을 기리는 생전의 영상이 방영됐다. 행사장 바닥이 흘러내린 눈물로 젖어갔다. 유족과 고위인사들의 헌화, 조곡 연주에 이어 21발의 조총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는 이제 우리 곁을 떠났다.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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