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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대는 中내수]성장공식, 수출에서 소비로

최종수정 2009.06.08 10:49 기사입력2009.06.0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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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의 비상인가. 중국 내수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의 활기는 두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탄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이자 중국 경제의 성장축이 수출에서 내수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도 영업 호황에 신바람이 났고 중국을 더이상 가공무역 생산기지가 아닌 최종수요시장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중국의 경기 회복이 보조금 등 정부 부양책에 의존한 반짝 경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를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는 중국의 국민정서가 경기회복을 더욱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가 여전히 침체에 빠져있는 반면 중국 경제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와 견조한 실물 경제 흐름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올해초만 하더라도 중국 경제를 다소 부정적으로 보던 대다수 해외 분석가들은 하반기안에 'V 자형'으로 급반등할 것이라는 예측으로 선회하고 있다. 올해 8% 성장이 충분히 달성가능하다던 중국 정부도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가 최근 다시 8% 성장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노동절 연휴의 소비 열기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한국 기업들도 중국 특수를 만끽하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전자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으며 현대ㆍ기아자동차의 판매액도 인상적이다.

이처럼 중국 경기가 살아나는 이유는 탄탄해진 소비층이 소비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유층과 젊은 신세대는 불경기와 상관없이 꾸준히 돈을 써대고 있고 여기에 정부 보조금을 받는 저소득층까지 소비에 가세했다.

◆성장공식이 바뀐다= 수출과 투자로 대변되는 중국의 성장공식이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변신을 꾀하고 있다.

제조업 경기체감을 가늠할 수 있는 구매자관리지수(PMI)가 3개월 연속 기준치인 50을 넘어서며 경기확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중국 안팎에서는 중국 경기회복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 늘어나는 소비를 꼽고 있다.

중국 정부가 농촌내 가전제품 및 자동차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가격 보조금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신제품 구입시 뿐 아니라 중고품을 신제품으로 바꿀 경우에도 보조금을 지급하며 소비를 독려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소비쿠폰 발행도 소비를 진작하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소비진작 외에 경기회복을 이끌기 위한 정부 노력은 다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올해 1~4월 도시 고정자산투자는 전년동기대비 30.5% 증가했고 5월까지 신규대출은 6조위안(약 112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같은 신규대출 규모는 이미 올해 목표인 5조위안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하반기에 조절한다고 해도 올해 신규대출액이 최소한 8조위안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내년까지 4조위안을 투입해 인프라 건설 등으로 경기를 살리겠다는 경기부양책은 현재 대대적으로 시행 중이며 각종 사회복지제도 개혁도 소비진작 차원에서 추진 중이다. 열악한 사회안전망이 개선될 경우 의료나 교육 등에 대비해 저축된 개인자금이 소비될 것이기 때문이다.

장리춘(張立群) 국무원 개발연구센터 연구원은 "최근 지표로 볼 때 중국 경제 회복세는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5월 특수 빛 발했다= "예년에 비해 20% 가량 판매고가 늘었습니다." 지난 5월초 노동절 연휴기간 베이징내 최대 금 도매상이 위차한 차이스코우(菜市口) 백화점은 늘어나는 매출에 쾌재를 불렀다. 3일간 중국 전체 소비는 전년동기대비 10% 가까이 늘어났다.

주로 금ㆍ보석 등 귀금속과 가전제품ㆍ자동차 등 판매촉진에 들어간 상품들이 잘 팔렸다. 상무부에 따르면 LCD TV 에어컨ㆍ냉장고ㆍPC 등 IT 및 가전제품 판매는 11.4% 늘었고 자동차 판매도 9% 증가했다.

올들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자동차 내수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지난 4월 115만대가 팔려나가 매월 판매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중국 정부는 ▲경차 구입세 인하 ▲농촌 보조금 지급 등으로 자동차 수요를 키우고 있다.
황용허(黃永和) 중국자동차공업협회 기술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정부 지원정책이 소비자들에게 경기회복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중국내 휴대폰 가입자수도 꾸준히 증가하며 전체 인구의 절반인 6억7000만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말 현재 6억명이었던 중국내 휴대폰 가입자수는 매월 742만명꼴로 증가했으며 지난 2ㆍ3월에는 1000만명씩 늘어났다. 화상통화와 빠른 데이터 전송이 특징인 3세대(G) 이동통신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휴대폰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내수시장 더 커진다= 중국의 내수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가능성과 이에 대한 기대감은 여러군데서 포착된다.

최근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사안은 두가지다. 첫째 중국이 판매촉진을 통한 내수진작을 도모하기 위해 소비자금융 문호를 개방하기로 한 것이다. 중국 은행감독위원회는 그동안 직접 소비자금융 업무를 하지 못했던 제조업체에게도 소비자금융사업을 허용하기로 하고 베이징ㆍ상하이ㆍ톈진(天津)ㆍ청두(成都) 등 4대 도시에서 우선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외국 은행들 뿐 아니라 제조업체들도 제품을 팔고 난 뒤 할부금융을 직접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소비자금융이 활성화되면 쑤닝(蘇寧)ㆍ궈메이(國美)ㆍ다중(大中) 등 소매 가전유통업체들의 매출도 덩달아 뛸 것으로 기대된다.

또다른 관심거리는 중국 수출업체들의 내수시장 공략 강화를 통한 시장 확대다. 이들 업체가 공략대상을 바꾼 직접적인 이유는 수출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서인데 결과적으로 중국 내수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중순 중국의 대표적인 수출단지인 광둥성(廣東省) 광저우(廣州)에서는 때아닌 무역박람회가 열렸다.

소규모 수출업체들의 수출이 급감하자 내수진출을 독려하기 위한 자리였다. 중국의 대표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닷컴이 광둥성 정부와 공동주최자로 나섰고 광둥성내 400개의 중소 수출업체가 중국내 바이어들을 찾기 위해 참가했다.

뿐만 아니라 대만ㆍ홍콩 등 중화권 수출업체들도 잇따라 중국 내수 문을 활발히 두드리고 있다.

김동환 베이징특파원 don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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