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파 거장 파블로 피카소의 스케치북이 프랑스 파리 소재 피카소박물관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9일(현지시간) 파리 경찰에 따르면 박물관 직원들이 유리함 안에 전시돼 있던 피카소의 스케치북이 사라진 것을 안 것은 이날 아침이다.

피카소의 드로잉 33점으로 이뤄진 스케치북 가치는 1100만 달러(약 14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스케치북은 1층 전시실 유리함에 따로 전시돼 있었다.
박물관에는 스케치북 외에 250점이 넘는 피카소의 그림, 드로잉 1500점, 조각상 160점도 소장돼 있다.

경찰은 외부에서 무리하게 침입한 흔적을 찾지 못했다며 8일 밤과 9일 새벽 사이 도난당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17세기 건물인 박물관의 보안이 허술하기 이를 데 없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도난이 확인된 이날은 정기 휴관일이었다. 그러나 특별 관람을 위해 일부 관람객이 초대받았다.

프랑스 문화부는 성명에서 분실된 스케치북에 1917~1924년작 크레용 드로잉 33점이 담겨 있다며 붉은 스케치북 표지에 금색으로 ‘앨범’(Album)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고 밝혔다.

문화부는 “특수 도구가 있어야 유리함을 열 수 있다”며 “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전문가의 소행일 것”으로 추정했다.

박물관에서는 현재 프랑스 출신 아티스트인 다니엘 뷔랑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도 보안을 허술하게 만든 한 요인이다.

박물관은 전시 공간을 두 배로 늘리기 위해 몇 달 후 휴관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도난 미술품 추적 전문가인 한 경찰은 “없어진 작품이 암시장에서 수백만 유로에 쉽게 팔려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20세기 거장 피카소의 작품은 경매에 나오기가 무섭게 최고가 경신 행진을 벌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미술품 절도범이 선호하는 표적이 되고 있다.

파리 3구 토리니 거리에 자리잡은 피카소박물관은 예술의 거리로 유명한 마레지구의 주요 명소이자 파리의 대표적인 미술관 가운데 하나다. 17세기 중반 지어진 건축물인 ‘오텔 살레’(살레 저택)가 박물관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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