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박건욱 기자]아쉬운 일지만 국내 시트콤이 최근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1993년 '오박사네 사람들'이 국내 시트콤의 첫 출발을 알린 이후, 시트콤은 1996년 '남자 셋 여자 셋', 1998년 '순풍산부인과', 2000년 '세 친구', 2006년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그 인기를 이어왔다.

하지만 한때 정통드라마보다 더 큰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던 시트콤은 MBC '거침없이 하이킥'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KBS와 SBS는 아예 시트콤 제작을 중단했고 MBC만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마저도 시원찮은 상황.

MBC는 '김치 치즈 스마일', '코끼리', '크크섬의 비밀', '그분이 오신다' 등 수많은 시트콤을 제작, 부흥을 노리고는 있지만 시트콤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을 다시 되돌리기에는 많이 부족해보인다.

그나마 현재 방송중인 '태희 혜교 지현이'만이 박미선, 정선경, 최은경 등 30-40대 연예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대한민국 주부들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리며 10%대 시청률을 기록,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시트콤의 몰락은 시트콤이라는 장르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상황에 맞게 '진화'하지 못한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시청자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원하는 것에 비해 '제작만 하면 성공한다'는 과거 구식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항상 똑같은 캐릭터, 식상한 소재 등을 선보이는 제작진의 잘못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

또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시트콤에 대한 투자가 줄어든 점과 전문적인 시트콤 작가와 PD 등 전문인력의 부재 역시 시트콤 몰락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시트콤이 다시 부흥기를 맞을 조짐이 보이고 있어 관심을 끈다. 과거 큰 인기를 누렸던 '세친구'와 '거침없이 하이킥'의 속편이 제작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는 것.

'세 친구'와 '거침없이 하이킥'은 각각 케이블 채널 tvN과 MBC를 통해 부활할 예정이다.

tvN은 '세 친구'의 케이블 버전인 '세 남자'(가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 친구'의 주인공이었던 박상면 정웅인 윤다훈 등 주연배우들의 캐스팅을 확정지은 가운데 다시 한번 과거 영광에 도전한다.

아직 언급하기에는 이르다는 MBC측의 입장에도 '거침없이 하이킥 시즌2' 제작소식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이순재와 나문희의 캐스팅 소식이 전해지면서 MBC가 다시 한번 '시트콤 왕국'으로서 영광을 재현해 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같이 시트콤에 대한 지속적인 제작과 전문인력 양성,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진다면 과거 '시트콤 왕국'의 영광을 재현해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박건욱 기자 kun111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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