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를 조성·분양하며 개설된 도로는 이를 왕래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통행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 것이므로 토지소유주에게 도로의 독점 사용수익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A건설사가 "도로 사용수익금 3300여만원을 반환해달라"며 서울 구로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A사는 1978년 12월 서울 구로구 고척동 일대 임야에 B아파트 13개동 414세대를 신축, 이듬해 1월 준공을 받은 후 분양을 했고, 아울러 아파트 출입구와 인접한 통행로를 입주민들을 위해 무료로 제공했다.

이후 지금까지 아파트 입주민 등은 인접한 주거지역이나 공원 등 근린생활시설로 이동하기 위해 위 통행로를 계속 사용해 왔으나, A사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인 구로구가 도로를 점유해 사용하고 있다며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고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원고는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해 아파트 입주민들과 인근 주민 등 일반 공중을 위해 통행로를 무상으로 제공하며 이에 대한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을 조건 없이 포기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원고가 통행로에 대한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고 보고 청구를 인용했다"며 "이는 도로로 제공된 토지의 사용수익권 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위법"이라고 덧붙였다.

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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