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정부가 은행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90억 유로(126억6000만 달러)의 구제금융 집행을 승인하면서 스페인 은행권에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엘라나 살가도 스페인 재무장관은 지난 금요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스페인의 주요 경제 기관들은 모두 건전한 상태이지만 몇몇 중소 은행들의 경우 경기침체가 악화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은행권에 대한 구제금융 승인 소식을 전했다.

올들어 스페인 금융시스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미등록 지역저축은행 카자(Caja)의 부실이 심각해지면서 스페인 정부와 야당은 지난 3월부터 금융권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구제금융 집행이 속도를 내지 못했던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의 ‘사각지대’로 상대적으로 타격을 적게 받았다는 인식 때문. 스페인 정부는 은행의 미국 부실 서브프라임 자산 투자를 제한하고 손실에 대비한 유동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등 세계 금융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는 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현재 자산의 4.27%을 차지하는 부실 여신의 비중이 올해 말 8%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는 등 부실 여신 문제가 부각되면서 공적 자금 투입을 서두르게 됐다. 지난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에 따르면 올해 스페인 국내총생산(GDP)는 전년대비 4.2% 떨어지고 실업률은 18%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캐피탈이코노믹스의 벤 메이 유럽 담당 에코노미스트는 “스페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부실을 완전히 해결해주지는 못한다”며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대출이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PWC)에 따르면 올해 스페인 은행들은 총 250억 유로에서 700억 유로의 신규 자금을 필요로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살가도 장관은 구제금융 규모가 올해 안에 270억 유로(GDP의 2.5%), 향후 몇 년에 걸쳐 최대 990억 유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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