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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랑 갈래?" 가출 미성년 성관계 '무죄'

최종수정 2009.07.02 04:10 기사입력2009.07.0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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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상 13세 이상이면 성적 자기결정권 인정, 처벌 못해

가출해 갈 곳 없이 헤매던 여중생 A양은 우연히 만난 아버지뻘 김 모씨가 잘 곳을 제공해 주겠다는 말에 선선히 따라갔다가 김 씨의 집에 기거하며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갖게 됐다. 그리고 김 씨는 A양에게 용돈으로 쓰라며 2만원을 쥐어줬다. 김 씨의 행위는 미성년자 강간일까 아닐까.

적어도 법적으로는 강간이 아니다. 13살 이상 법적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를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부산지법 형사항소4부(박연욱 부장판사)는 1일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등으로 기소된 김 모씨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김모씨는 16세의 가출한 청소년을 집에 기거시키며 수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 무죄 판결의 요지는 서로 금품을 요구하거나 제안하지 않았으며 숙식을 제공하고 김 씨가 준 2만원도 성관계의 대가로 볼 증거가 없다는 것. 성관계 과정에서 협박이나 대가성 등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김 씨의 유죄는 성립되지 않는 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현재 법안은 만 13세 이상의 부녀와 성관계를 맺는 경우를 강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만 13세 미만의 부녀와 성관계를 맺는 것을 사유 불문 강간으로 인정하는 것과 정 반대다.

형법은 13세 이상의 청소년의 경우 성적 자기 결정권이 인정된다는 이유에서 강간 처벌 여부에 대해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있다. 따라서 13세 이상의 청소년이 성폭력 피해를 당했을 때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다는 '반의사 불벌죄'가 적용된다.

비슷한 판례가 또 있다. 지난달 20일 서울고법은 14세 여중생이 가해자 처벌을 원치 않자 '가해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해자의 진술이 있다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사회적 통념 상 미성년자와 성관례를 맺는 것에 대한 반감은 여전히 높다. 가출한 청소년과 잠자리를 같이 한 사람이 무죄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관련 기사를 접한 네티즌들은 무죄 선고를 받은 김 씨에 대한 성토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서구에서 발생한 유사사건에 대해 강도 높은 처벌이 이뤄졌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분노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나이어린 제자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남녀 교사들이 유죄 판결은 물론 수 년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우경희 기자 khw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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