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ㆍ사진)의 벽은 역시 높았다.

'라이언' 앤서니 김(24ㆍ한국명 김하진)과 우즈가 챔피언조에서 맞붙어 지구촌 골프계를 뜨겁게 달궜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AT&T내셔널(총상금 600만달러) 최종 4라운드. 앤서니 김은 예상대로 우즈의 카리스마에 밀리며 1오버파의 부진으로 타이틀방어에 실패했다. 우즈는 반면 3타를 줄이며 올 시즌 첫 '3승 챔프'에 등극했다.

우즈는 6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콩그레셔널골프장(파70ㆍ7255야드)에서 끝난 마지막날 경기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묶어 이날만 3언더파, 합계 13언더파 267타를 완성했다. 아놀드파머인비테이셔널과 메모리얼토너먼트에 이어 시즌 3승째이자 통산 68승째. 우승상금이 108만달러다.

우즈는 이로써 올 시즌 '3승 고지'를 선점하는 동시에 상금랭킹 1위(456만달러)에 복귀해 상금왕과 다승왕 등 '두마리 토끼사냥'의 토대를 구축했다. 우즈가 3승을 거둔 대회 호스트가 아놀드파머와 잭 니클로스(메모리얼토너먼트), 그리고 우즈 자신(이번 대회)라는 것도 아이러니. 역대 '골프황제'들이 주최한 대회는 독식한 셈이다.

우즈는 이날 6, 7번홀의 연속버디로 우승의 동력을 삼았다. 첫홀인 1번홀(파4) 버디로 기세를 올렸던 앤서니 김은 5, 8번홀 보기로 상승세가 꺾였고, 9번홀(파5) 버디로 균형을 맞추는데 급급했다. 우즈가 10번홀(파3) 버디와 11번홀(파4) 보기를 맞바꾸며 랠리를 계속하는 동안 헌터 메이헌(미국)이 8언더파의 맹타를 휘두르며 경기를 마쳐 종반전 양상은 오히려 우즈와 이미 메이헌과의 대결 구도로 압축됐다.

우즈는 그러자 이번에도 반드시 필요했던 '클러치 퍼팅'을 성공시켰다. 러프를 전전하며 가까스로 그린에 올라온 파5의 16번홀 그린에서 카메라맨의 움직임까지 지적하며 예민하게 반응하더니 6m 짜리 만만치 않은 '우승 버디'를 기어코 집어넣었다.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2시간이나 기다리며 연장전을 고대했던 메이헌에게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순간이었다.

우즈는 "핀 위치가 까다로워 언더파만 기록해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메이헌이 워낙 잘쳐 쉽지 않은 우승이었다"면서 로저 페더러(스위스)의 윔블던 테니스 우승에 대해 "우승소식을 듣고 축하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우즈는 이어 "그가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한 날 메모리얼에서 우승했고, 이번에도 동시에 우승했다"면서 " 나도 이제 메이저 우승을 해야 겠다"고 덧붙였다.

앤서니 김은 이 홀에서 2m 버디퍼트를 놓쳐 9살때부터 기다려온 '골프황제'와의 맞대결이 아직은 무리였음을 입증했다. 앤서니 김은 18번홀(파4)에서는 3퍼트 보기까지 범했지만 다행히 메이헌에 이어 3위(9언더파 271타)를 차지하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한국군단'은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19ㆍ한국명 이진명ㆍ캘러웨이)가 공동 7위(6언더파 274타), 양용은(37)이 공동 22위(2언더파 278타)에 자리잡았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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