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앞두고 고객들 지갑 닫아 판매 부진
광주신세계 정기세일 전년比 -2.8% 역신장

광주 모 백화점 여성의류 숍 매니저 A씨는 지난 주말 백화점 의류매장 관리자로부터 호출을 받고 얼굴이 굳어졌다.

올 들어 의류 매출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이를 종용하는 호출이 부쩍 늘다보니 이젠 '누가 찾는다'는 말만 들어도 잔뜩 긴장할 수 밖에 없는 것.

이같은 호출은 최근 들어 더욱 잦아져 하루에도 몇번씩 불려가는 등 의류 숍 매니저들은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A씨는 "불황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게 의류 품목이기 때문에 매출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다"며 "점장이 직접 각 매장을 돌며 매출 신장을 종용하는 등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광주지역 백화점업계가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의류 매출이 뜨지 않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좀처럼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휴가철을 앞둔 고객들이 지출을 줄이기 위해 지갑을 닫으면서 매출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광주신세계 백화점의 여성과 남성의류의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7%, -6.7% 로 역신장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스포츠 의류 등의 매출이 10.6% 신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광주신세계의 전년 대비 의류 매출(스포츠 레저 제외) 신장률은 지난 1월 3.26%를 기록한 이후 2월 -1.47%, 3월 -8.23%, 4월 -3.34%, 5월 -0,74% 등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6월 0.81%로 소폭 개선된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해까지 할인 행사에 참여하지 않던 브랜드들이 올 여름 대거 시즌오프를 진행했던 것을 감안하면 기대만큼의 신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주간의 여름 정기세일 기간에도 여성정장 -9.7%, 여성캐릭터 -9.9%, 남성셔츠 -14.3% 의 역신장을 기록하는 등 의류 부분은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매출의 46%를 차지하는 의류 매출이 이처럼 부진하면서 광주신세계의 올 여름 정기 세일 매출 역시 전년 대비 -2.8%의 역신장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 광주점도 이달 들어 프리미엄 세일 기간 여성ㆍ남성의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 -1.3%의 역신장을 기록 중이다.
　
이처럼 의류 매출이 지지부진하자 백화점들은 고육지책으로 가격 할인 등에 나서고 있다.
　
노세일 브랜드를 10%~30% 할인(자사 카드 사용시)된 가격에 판매하고 추가 포인트적립 혜택을 주는가 하면 ‘스페셜데이’ 등의 명목으로 기존 브랜드 세일외에 추가 할인혜택을 주는 반짝 이벤트를 열어 단골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또한 점장 등이 의류 매장을 돌려 매출 신장을 독려하는 모습이 부쩍 늘어나는 등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백화점 광주점은 이례적으로 오는 13일 정기휴점일을 27일로 연기하고 이날 정상영업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백화점의 경우 통상 여름정기세일 다음날 휴점을 해왔으며 이같이 휴점일을 옮긴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백화점측은 이에 대해 초복 특수를 이어가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실상 원피스, 스커트 및 정장 등을 가격 할인 품목으로 내세우는 등 초복 특수를 통해 매출 끌어올리기에 공격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백화점 매출에서 절반 가량의 비중을 차지하는 의류 매출이 올 들어 불황의 여파로 부진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남일보 배동민 기자 guggy@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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