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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엇을, 누구를 위한 국회인가..

최종수정 2009.07.23 11:10 기사입력2009.07.2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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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 하는 짓인지..."

미디어법이 직권상정되면서 여야의 물리적 충돌이 절정에 달한 어제 오후 한 여당의 초선의원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자조섞인 이 말이 야당을 향한 건지, 여당을 향한 건지 아니면 자신을 향한 건지 불분명하다. 하지만 현 국회상황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다.
미디어법은 민생법안이 아니다. 일자리 창출 법안도 아니요, 욕설과 폭력이 난무할 것도 아니다.

한 초선의원의 말처럼 대부분의 국민은 미디어법 처리를 지켜보면서 "대체 왜 저래"라는 생각을 가졌다. '정치적으로 타협과 협의를 하는 곳이 국회'라지만 진정한 타협과 협의는 들러리된 지 오래다. 정치적 쇼만 난무할 뿐이다.

사실 18대 국회는 그 어느 국회보다 기대가 컸다. 어느 때보다 초선의원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저 그런 식상한, 정치적인 쇼는 없을 것이란 희망도 있었다.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도 쇄신특위를 만들고, 지도부 깃발아래 일렬로 모이는 게 아닌, 상임위 처리와 의원 개개인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결과는 어떠한가. 대다수 초선의원들은 '당론'이라는 이유로 난장판 아수라장 국회에 머릿 수를 채우는 역할만 했다. 그리고 그들은 침묵했다.

이번 미디어법 직권상정 처리의 과정을 지켜보며 '반나절 한나라당의 쇼'에 의회 민주주의가 놀아났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미디어 법안을 충분히 논의하기는 커녕 하루전에 뚝딱 수정해서 국회의장도 아닌 '부의장'을 통해 국회 통과를 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체념했다.

'정치인에게는 기대를 접자'

여당은 이제 민생법안 처리에 주력하겠다고 한다. 과연 서민들을 위한 법안을 제대로 한 번 살펴보기나 하고 국회 통과를 시킬지... 지금 국회는 혹시나 하는 기대마저도 접게 만들고 있다.

김재은 기자 alad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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