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을 이끌던 박삼구 그룹회장과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이 동반 퇴진하면서, 대우건설 매각 등 금호그룹의 구조조정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세간에 불거졌던 형제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수면아래로 가라앉으면서, 구조조정 작업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박삼구 회장은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동반퇴진은 그룹을 살리고 일사불란한 경영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라며 "새 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의 새로운 발전 토대를 만들어 나가길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대폭 늘리며 대주주 균등 지분비율을 깨트린 박찬구 회장의 행보가 관건이다. 오너일가의 동반퇴진은 박삼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이사회에서 박찬구 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안을 가결한 직후 이뤄졌기 때문이다.

박삼구 회장은 "박찬구 회장이 공동경영 합의를 위반하는 등 그룹의 정상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고 그룹 경영의 근간을 뒤흔들어 그룹의 발전과 장래를 위해 해임조치를 단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만약 박찬구 회장이 자신에 대한 해임 결의에 불복한다면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되며, 계열분리 논쟁의 도화선을 당길 수 있다. 이경우 일사분란한 의사결정이 절대적인 대우건설, 서울고속터미널, 금호생명 등 주요 자산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박삼구 회장은 이와관련 “(박찬구 회장의 해임은) 법적 하자가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동반퇴진을 계기로 그동안 우려됐던 갈등관계가 해소된다면 긍정적이지만, 향후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 구조조정작업도 장기간 표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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