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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망해도 직원은 배 불린다?'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간신히 살아난 미국 대형은행들이 돈잔치로 구설수에 올랐다. 30일(현지시각)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 검찰총장이 발표한 은행권 구제금융 운용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9개 미 대형은행들은 지난해 직원 보너스로만 326억달러(약 40조원)를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미 정부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에 따라 1750억달러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지원 받은 은행들이다. 특히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두 은행이 받은 금액은 전체의 절반을 넘는 90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막대한 규모다.

이날 쿠오모 총장은 보고서를 통해 "은행들이 과도하게 보너스를 지급했다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월가의 은행들은 직원들이 일을 잘하든 못하든 꼬박꼬박 보너스를 준다"며 "은행이 세납자들의 돈으로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00만 달러 이상의 보너스를 챙긴 직원이 무려 4793명에 달했다. 이중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각각 1626명과 953명에게 100만달러 이상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씨티그룹(738명)과 메릴린치(696명), 모건스탠리(428명), 뱅크오브아메리카(172명), 웰스파고(62명)도 넉넉한 보너스 인심을 베풀었다.

은행별로는 지난해 270억달러를 훌쩍 넘는 손실을 기록한 씨티그룹과 메릴린치가 각각 53억3000만달러, 36억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했고,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이 총 180억달러에 달하는 보너스를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씨티그룹이나 메릴린치,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에 비해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은 금융 위기 속에서 상대적으로 잘 버틴 은행들이지만 수익에 비해 훨씬 많은 보너스를 지급해 도덕불감증은 별반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형은행들이 국민들의 혈세로 상상을 뛰어넘는 규모의 보너스를 지급했다는 소식에 뉴욕타임스(NYT)는 "월가가 5000명에 가까운 백만장자들을 배출해냈다"며 이들의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꼬집었다.

한편, 이번 보고서 발표를 계기로 미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권 경영진 보수 제한 법안 통과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부는 월가의 과도한 보너스 관행에 제동을 걸고자 경영진 보수 제한 법안을 하원에 발의한 상태다.

현재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표결을 거친 이 법안은 하원 전체 표결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보수 지급 제한에 대해 탐탁찮은 반응을 나타냈던 공화당 등도 이번 발표로 인해 사나워진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김기훈 기자 core8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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