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동요막고 구조조정 서둘러야
새 성장동력 찾아 그룹 재정비

박찬법 신임 회장이 이끄는 '뉴 금호'가 이륙했다. 박삼구, 박찬구 두 형제 회장의 동반퇴진으로 공석이 된 그룹 회장직을 승계 받은 박 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들은 하나 하나가 '고차원 방정식' 수준의 난제들이다.

최우선 과제는 총수 퇴진과 구조조정으로 들끓고 있는 임직원들의 동요를 가라앉히는 일이다. 또 오너인 박삼구 명예회장과 박찬구 회장간의 화해를 이끌 중재 역할을 기대하는 눈초리도 많다.

박 명예회장을 보좌하며 대우건설 재매각, 계열사 정리 등 그룹의 구조조정을 마무리짓는 일 또한 하루이틀사이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 산적한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갈지 박찬법식 해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계열사 동요 막아라'=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캐시카우'인 금호석유화학 임직원들은 회사를 일군 박찬구 회장의 갑작스런 퇴진이후 격앙된 분위기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기옥 금호석화 사장이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 내부단속에 나서는 등 진화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그룹의 경영실패 책임을 금호석화가 고스란히 뒤집어 썼다'는 피해의식을 일소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매각 리스트에 오른 대우건설, 금호생명,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등 계열사 임직원들의 동요를 가라앉히는 일도 구조조정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선결 과제다.

박 회장이 '합리경영'을 유독 강조한 것은 이같은 내부 갈등 요소들을 해소하기 위한 박 회장식 해법으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건전한 비판과 견제에 대해서 경영층은 어떠한 의견에도 항시 귀를 열어 두고 있겠다"며 "조직 내 상하좌우 종적ㆍ횡적 소통은 물론이고 부문간 노사간 대화를 독려하고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소통을 통해 불만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내부 결속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구조조정 스피드 내야' =지지부진한 구조조정 작업에 속도를 더하는 일도 한시가 급하다. 박삼구 명예회장이 재무구조개선약정 이행에 관련된 사안은 직접 챙기겠다고 공언했지만 실무 책임은 박 회장에게 있다.

박 회장은 "그룹의 통상 모든 임무는 그룹 회장의 책임 아래 처리되고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우건설 재매각, 계열사 정리 등 구조조정 방안을 두고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의 조율 문제는 박 명예회장과 손발을 맞춰 해결해야할 사안이다.

만일 4개월여의 시간밖에 남지 않은 '대우건설 풋백옵션' 시한폭탄이 터지기 전까지 현금 확보작업이 마무리되지 못할 경우 금호그룹은 창사이래 최악의 위기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이에대해 박 회장은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절차는 순차적으로 약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잘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낙관했다.

◆'새 성장엔진 찾아야'=대우건설, 금호생명 등 주요 계열사 매각으로 무너진 그룹의 전열을 재정비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일도 박회장에게 주어진 과제중 하나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며 건설과 물류에서 성장동력을 찾으려 했던 박삼구 명예회장의 성장플랜이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딧쳐 좌초위기에 처한 만큼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박회장은 취임사에서 "하루 속히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전열을 가다듬어 그룹의 안정과 내실을 꾀하고 향후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한 것도 새로운 성장엔진 마련의 중요성을 절감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회장은 "그룹의 핵심역량과 장단점을 재분석하고 이를 통해 그룹의 중장기적 경영목표를 재설정하는 등 그룹의 청사진을 새롭게 준비하겠다"고 밝혀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사업부문 재편을 통해 주요 계열사 이탈로 약화된 그룹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김정민 기자 jmkim@asiae.co.kr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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