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그룹 명예회장의 기습적인 퇴진 조치로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된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해임결의안 무효 가처분 소송 절차에 이미 착수했다. 또 박 명예회장이 그룹을 경영하는 동안 발생한 불법적 행위에 대한 소송도 검토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는 4일 단독으로 박찬구 전 회장의 핵심 관계자를 인터뷰하고 박 전 회장이 왜 회장 퇴진을 결의한 금호석화 이사회 의결사안을 무효라고 주장하는지, 또 이미 그룹회장에서 물러난 박삼구 금호 명예회장의 퇴진을 거듭 주장하는 지에대해 입장을 들었다.

이 관계자는 "박삼구 명예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퇴진한다고 해놓고도 현재 그룹계열사 5개 대표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서 "반면 박찬구 전 회장은 1개의 대표직도 없고 일반 주주로서의 권리만 있다.

결국 박찬구 전 회장만 부당하게 해임된 꼴"이라고 주장했다. 박삼구 명예회장이 경영권 분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동반사퇴하겠다고 선언하고도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직을 맡아 실질적으로는 그룹에 대한 경영권을 여전히 행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박삼구 명예회장은 박찬법 신임 회장을 내세워서 그룹을 경영하려는 속셈"이라며 "박 명예회장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발표문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박찬구 전 회장이 불법적인 이사회 소집과 기명투표 방식으로 치러진 해임안 기습 상정으로 부당하게 해임됐다면서 이에 대해 법적 대응에 착수했다고 못 박았다.

또한 박삼구 명예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상무가 금호석화 주식 매입자금 마련을 위해 계열사 부당거래를 했다는 지적 등에 대해 "모두 의미 있는 내용이고 현재 관련 자료를 취합중"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것임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박찬구 전 회장을 직접 만나 이 같은 사실을 모두 전해듣고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최근 '해외 출국설' 등 박찬구 전 회장의 신변을 둘러싼 억측을 모두 일축했다.

한편 금호그룹은 이 같은 박 전 회장측의 주장에 대해 박삼구 명예회장이 재무구조개선 약정의 체결당사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인 만큼 구조조정 작업이 완료되면 현직에서 모두 물러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호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완료되면 박삼구 명예회장이 모든 대표이사직은 물론 등기이사 자리에서도 물러날 예정"이라며 "시기는 대우건설 매각이 완료되는 올해말이나 늦어도 내년 중순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조해수 기자 chs900@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