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트로트 가수로 데뷔한 김용재씨.

"아직은 무명이지만 오랫동안 그려왔던 꿈이었던 만큼 제2의 인생을 열어간다는 각오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20년 가까이 지역 언론계를 누볐던 전직 기자가 1년여의 준비 끝에 음반을 내고 트로트 가수로 정식 데뷔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전남일보사에서 1990년부터 기자생활을 시작해 지난해 차장으로 퇴직한 김용재씨. 그는 최근 직접 작사한 노래를 포함해 10곡이 담긴 음반을 내고 가수로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타이틀곡은 김 씨가 직접 작사하고 중견 작곡가인 초당대 이성대 교수가 곡을 붙인 '둘이 된 뒤'다. '둘이 된 뒤'는 사랑할 땐 '네 것 내 것' 하지 않고 한 몸이었다가 이별 뒤엔 '네 것 내 것' 따지고 냉정하게 돌아서는 세태를 노래하고 있다.

김씨는 특유의 중저음과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풍부한 감성을 노래에 담아내고 있다.

작곡가 이성대 교수는 "김씨의 목소리에서는 구수한 한국인의 냄새가 난다. 멋진 컬러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고 리듬도 잘 타는 만큼 기존 가수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면서 "충분히 가수로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의 첫 음반이 나오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퇴직 이후 1년여 동안 노랫말을 직접 쓰고 음반 제작까지 홀로 도맡으면서 포기할까 생각도 많이 했다는 김씨는 "무명이어서 설령 뜨지 못한다고 해도 내 인생에 흔적은 남길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곧추 잡곤 했다"고 밝혔다.

경제적인 부담도 녹록치 않았던데다 '오십이 다 돼가는 나이에 가수는 무슨'식의 주위의 시선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타이틀곡의 노랫말을 직접 쓰고 가수협회에 가입, 지역의 크고 작은 무대에 오르며 경험을 쌓은 것도 이같은 부담과 시선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진심이 담긴 모습에 처음에는 꺼려하던 가족과 친지들은 물론이고 선후배 등 주위의 호응도 뒤따랐다.

가수에 대한 김씨의 꿈은 마음속 깊은 곳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 역시 젊은 시절 가수를 꿈꾸다 가족들의 만류도 꿈을 접어야 했다.

그는 "어머니의 열정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는지 노래가 좋았다. 대학시절부터 노래를 부르면 '가수 하라'는 소리를 곧잘 들었다"고 했다.

기자생활을 시작한 뒤에도 이같은 끼는 버리지 못해 "직업을 잘 못 선택한 것 아니냐"는 주위의 격려에 용기를 얻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배호. 지난해에는 배호 씨의 노래를 자신이 직접 불러 개인음반을 내기도 했다. 지금도 배호 팬클럽 회원으로 활동하며 각종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가요계가 얼마나 냉정한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김씨는 "무명의 신인이 단번에 스타가 되겠다는 욕심은 갖지 않는다"면서 "단 한 명의 팬이라도 불러주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 혼신을 다해 노래하고 싶다"고 했다.

작사가로도 가요계에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그는 "그동안은 '기사'로 세상과 소통했다면 이제부터는 가슴으로 노래하는 정통 트로트로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광남일보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