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조달 가뭄은 완전한 해갈국면에 진입했고 오히려 금융기관의 외화조달 시차를 조율해야 할 정도입니다."

작년 리만브러더스사태로 외화 조달 가뭄에 시달리던 국내 외환시장이 이제 확실한 외화공급 우위 사태를 맞고 있다. 정부는 금융위기 비상조치로 공급했던 달러를
거의 회수했지만 금융공기업과 시중 금융사들의 외화채권 발행 등으로 인해 외화 유동성은 오히려 풍부해지는 형국이다.

13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외환보유고로 은행에 지원한 102억7000만 달러를 포함, 작년 리만사태 이 후 시중에 공급된 외화자금 총 402억 달러 가운데 수출입은행을 통한 수출금융 39억달러를 제외한 모든 자금이 회수됐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 및 공기업들의 해외 자금 조달이 원활해 지며 거주자 외화예금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7월말 현재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312억5000만 달러로 6월과 7월, 2개월 동안만 45억2000만 달러가 급증했다. 올 들어 7월까지 증가액 48억6000만달러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최근 외화자금조달 여건이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금융기관 외에도 정유관련 설비 및 가스도입, 해외 발전소 지분 매입 등을 위한 공기업의 해외채권 발행이 봇물을 이루며 6월과 7월에 공기업 해외채권 발행이 33억9000만 달러에 달했다.
　
올 연초 20억달러를 조달해 국내 기관의 외자조달 물꼬를 튼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수은은 7월까지만 83억달러를 조달했고 특히 6월 가량부터는 국민은행, 한수원, 가스공사, 한전, 석유공사 등의 대규모 외화채권 발행이 잇따라 성공할 정도로 자체적인 외화유동성 공급에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달러가 넘쳐나는 배경에는 이 같이 빚을 내 외화조달 하는 것 외에도 무역수지 흑자 지속 영향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잇다.
　
지난 6월 중 월간 규모로는 72억7000만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무역수지 흑자가 나는 등 올 들어 7월까지만 무려 262억3000만 달러 흑자를 냈다. 그만큼 기업들의 수출대금 입금이 꾸준히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올 하반기 규모가 감소할 수는 있어도 흑자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획재정부와 한은 관계자는 "아직 주요 선진국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미진하지만 경상수지 흑자는 규모 축소 정도일 뿐 기조가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다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가 이어지며 이를 통한 달러 공급도 지난 4월부터 20억∼3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외화자금 부족 현상이 이미 충분히 해결됐다고 판단하고 오히려 대규모 달러 공급 초과 지속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만일 달러 공급이 넘쳐나서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온다면 정부가 일정 부분 조율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들면 환율 하락 압력도 그만큼 제한될 것이기 때문에 현재는 시장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 역시 외화차입 여건 개선으로 국내 금융기관의 단기차입금 차환율이 지난 3월 이후 100%를 넘어서고 있어 미 연준과의 통화스왑자금을 활용한 외화대출도 회수할 계획이다.
　
한편 하반기 외화자금 시장에 대해 시중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국제금융시장의 개선된 차입여건으로 만기구조가 장기화되고, 최근 수출 회복세에 기인한 국제수지 흑자기조로 인한 환율의 하향 안정화 및 향후 경기회복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 등을 고려해볼 때 국내 외환시장은 대체로 안정적으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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