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희석식 소주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하이트진로.이 회사가 요즘 고민에 빠졌다.고민의 핵심은 '저도주'(알콜 도수가 17도 이하인 술)와 막걸리 사업이다.
　
진로는 우선 이달 말 소주시장의 최대 경쟁사인 롯데주류가 내놓을 16.8도의 저도주 출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진로는 겉으로는 롯데주류의 저도주 출시가 '찬잔속 태풍'으로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알콜도수가 17도 밑으로 내려가는 저도주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진로 관계자는 18일 "저도주의 경우 알콜보다 물맛이 훨씬 강하다"며 "소주 특유의 맛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애주가들이 저도주를 찾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로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재계 서열 5위의 롯데그룹이 새로운 주력사업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진로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여기에 저도주의 경우 심야시간대 텔레비전 광고가 가능하다는 점도 진로에는 큰 부담 요인이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롯데가 TV광고에 나설 경우 진로 역시 수수방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진로는 현재 참이슬오리지널(20도), 참이슬후레쉬(18.5)등 4종류의 술을 내놓고 있지만 모두 17도 이상이어서 TV 광고가 불가능하다.
　
그런가하면 진로는 '막걸리 사업'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 회사는 과거 막걸리 사업 진출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적이 있다.하지만 대형 소주회사가 막걸리 사업을 한다는 여론을 의식해 사업진출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진로가 결심만 굳히면 언제든지 막걸리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에 산재한 10여개의 양조장을 지역별로 매입한 뒤 대표이사를 앉히면 된다"며 "다만 막걸리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많은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진로의 막걸리 사업 진출 난제로는 일선 대리점의 반발과 배송체계 구축이다.
　
막걸리와 소주는 '보완재'보다는 '대체재' 성격이 강하다.막걸리가 많이 팔리면 그 만큼 소주 판매량은 감소할 수 밖에 없다.진로가 막걸리 사업에 뛰어들 경우 일선 소주 대리점과 영업점의 반발이 불가피한 이유다.여기에 막걸리는 다른 주종과 달리 신선도가 생명이고, 이를 위해서는 배송시설을 확보해야 하지만 진로는 아직 시설을 확보하지 못했다.
　
'장수막걸리'로 유명한 서울탁주의 경우 골목까지 누비는 오토바이 탁주배송 체계를 통해 올해 1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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