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TV 부문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해온 차세대 OLED TV 공개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보도했다. 이는 경쟁사인 LG와 삼성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WSJ에 따르면 소니는 지난 2007년말 첫 선을 보인 11인치 OLED의 차기 모델을 2009년 공개를 목표로 준비해왔다. 하지만 TV부문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낼 여력이 없어져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WSJ은 소니가 차기 OLED 공개를 연기한 데 대해 6년 동안 누적돼온 TV부문의 손실이 소니의 간판이었던 TV부문의 기술력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WSJ은 소니의 OLED 연기는 LG, 삼성 등 업계 경쟁자들에 빈틈을 내보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이 지난 1월 31인치 OLED 모델을 공개한 데 이어 LG는 올해 말까지 소니의 첫OLED 'XEL-1'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15인치 OLED TV를 한국과 해외 시장에서 선보이기로 하는 등 한국 메이커들은 소니를 크게 앞질러있다. 일본에서는 파나소닉이 OLED TV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맹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하워드 스트링어 소니 회장은 27인치 OLED TV를 1년 안에 상용화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6개월 후 소니의 가전사업은 대규모 손실로 암초에 걸렸다. 지난 3월말 끝난 2008 회계연도에 TV부문에서만 1270억엔의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영업손실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수준. TV 부문은 소니의 매출 7조7300억엔 가운데 16.5%를 차지한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 리서치에 따르면 소니가 11인치 OLED 생산에서 얻는 수익은 60% 미만이다. 이는 패널 10개중 적어도 4개는 손실이라는 얘기다. 큰 사이즈의 경우는 사정이 더 좋지 않다.

WSJ은 소니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OLED로 대박을 터뜨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브라운관 TV만을 고집하다 LCD TV 사업에 뛰어들 기회를 놓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는 것. TV 사업으로 명성을 쌓아온 'TV의 소니' 입장에서 굴욕이 아닐 수 없다.

바클레이스 캐피털의 에릭 리 애널리스트는 "차세대 OLED TV 공개 지연은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며 "얼마나 미뤄질지 알 수 없다"고 전망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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