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제품에 대한 세계 각국의 수입규제 조치가 발동되면서 한국산으로 둔갑한 중국제품이 급증해 우리 업계에 불똥이 튈 전망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2일자 관보를 통해 EU지역으로 수입되는 한국과 말레이시아산 철강제 로프ㆍ케이블 반덤핑 우회조사를 개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05년 부과된 중국산 반덤핑 관세 조치를 피하기 위해 한국 또는 말레이시아산으로 원산지를 변경해 역내로 우회 수입되고 있는 제품 물량이 내수시장을 교란 시킬 만큼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라 실시되는 것이라고 알려졌다.

앞서 유럽 철강제 로프와 케이블 산업계를 대표하는 EU와이어로프산업협회(EWRIS)는 지난 6월 29일 EU집행위에 중국산 철강제 로프와 케이블에 대해 반덤핑 우회조사를 요청했다. EU집행위는 지난 2005년부터 중국산 품목에 대해 60.4%라는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러한 관세를 피하기 위해 선적과정에서 중국산 제품이 한국산으로 바뀌어 EU로 우회 수입되고 있다.

2005년 436억5900만달러였던 한국의 대EU 철강제 연선ㆍ 로프 케이블 수출액은 매년 두자릿수 이상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2007년 559만8200만달러로 늘어난 후 지난해에는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인해 전년대비 4.3% 증가한 583만7500만달러에 그쳤다.

관고 공고일로부터 9개월 동안 진행되는 이번 조사로 인해 우리 업체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EU집행위는 경제 위기로 인해 자국 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업체의 불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강력한 수입 규제 조치를 실시할 것으로 보여 향후 수출 여건이 매우 어려워 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입규제 조치가 어느 한 국가에서 이뤄질 경우 이 조치는 다른 국가로 퍼질 수 있어 미국 등에서도 같은 수입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업계의 판단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제 로프 수출액은 크지 않지만 EU시장을 개척한다는 상징성이 있다"라면서 "당장의 이익 때문에 원산지 변경 등 불법 행위를 벌이는 일부 업체들 때문에 업계 전체에 피해가 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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