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서거 이틀째를 맞은 19일 차분한 분위기 속에 추모 행렬이 줄을 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목포시 목포역 앞 분향소.
　
정종득 목포시장을 비롯한 목포지역 기관 및 단체장과 시민 등 200여명이 합동분향에 이어 시민들과 휴가를 맞아 여행을 온 관광객들까지 분향소를 찾아 고인의 마직막 가는 길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

직장인들은 한 낮의 찜통더위에도 불구하고 점심시간을 쪼개 조문하기도 했으며 개학을 앞둔 중ㆍ고생들의 모습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이들은 국화꽃에 둘러싸인 김 전 대통령의 영정을 하염없이 바라면서 아직도 실감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분향소를 찾은 김성숙(여ㆍ53)씨는 "밤새 남편과 함께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며 "수퍼맨처럼 다시 털고 일어나실 거라고 의심치 않았다. 돌아가셨다는 게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로 뻥 뚫린 마음을 대신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을 맺었던 시민들도 이날 분향소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06년 김 전 대통령이 식사를 하기 위해 방문했던 목포시 옥정식당의 손성애(56)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용당동 국회의원 출마연설에서 김 전 대통령을 뵙고 40여년 만에 다시 만나뵙게 된 것"이라며 "너무나 인간적이고 온화하셨던 위대한 우리의 지도자를 평생 가슴속에 품고 살겠다"고 말했다.
　
이날 분향소 앞에는 목포시가 대형 홍보차량을 이용해 자체 제작한 DJ영상을 방영해 눈길을 끌었다. 2006년부터 최근까지 DJ가 3차례에 걸쳐 목포를 방문했을 당시 촬영했던 영상자료를 11분 분량으로 자체 편집한 것으로 김 전 대통령이 목포역과 삼학도, 신안비치호텔 등을 방문해 가졌던 지역주민들과 간담회 장면 등이 담겨져 있다.
　
목포역 앞 분향소에는 이날 오후 6시 현재 5000명이 넘는 추모객들이 방문해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교인 목포상고(현 전남제일고)에도 이날 오후 분향소가 마련돼 재학생들과 동문, 인근 주민 등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교직원, 학생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전남제일고 강성인 교장은 "고인은 민주화와 남북평화,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훌륭한 선배였다"며 "내일(20일) 750여명의 전교생을 대상으로 그 분의 민주화 투쟁 등 일생의 업적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남제일고에서는 또 동문회 차원에서 고인의 유품과 자료를 수집하고, 동상 건립을 위한 기금 모금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김영수 총동문회장은 "장례식이 끝나면 대통령님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동문들이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을 유품과 자료 등을 수집할 예정"이라며 "후배들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동상건립을 위한 기금모금 운동도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목포제일고는 선배인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의미에서 재학생 전체가 장례기간 동안 가슴에 검은 추모리본을 달고 수업을 진행했다.


한편 김대중 전 대통령과 목포북교초등학교, 목포상고(현 전남제일고)를 함께 다닌 동기동창 중 유일한 생존 인물인 정진태(83ㆍ신안보육원 이사장ㆍ목포 거주)씨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은 중국 대륙에 가서 자기의 큰 꿈을 펼쳐보여야겠다고 당차게 말하곤 했던 친구였다"고 어릴적 당시를 회상했다.

정씨는 "그 친구만한 사람은 이 세상에 또 없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훌륭하고 큰 별이었다"며 "친구 그 이상의 정신적 지주를 우리는 어제 잃었다"고 말했다.

광남일보 배동민 기자 guggy@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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