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체 1단계를 조립하고 있는 대한한공 직원들 <사진제공=항우연>

본격적인 한국의 우주시대 개막을 알린 나로호(KSLV-1)는 현대중공업, 대한항공, 한화 등 국내 160여개 업체와 43개 대학 및 관련연구소가 참여한 기술결정체다.
나로호(KSLV-1)의 발사체 설계와 핵심기술은 러시아가 맡았지만 향후 국내 100% 순수기술로 만들어질 경우, 일본, 중국 등 우주산업 선진국들과 격차를 10년 이상 단축할 것으로 보인다.

무궁화 1,2호 위성과 아리랑 2호 본체조립 경험이 있는 대한항공은 나로(KSLV-1)호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내는 작업을 맡았다. 발사체 시스템 조립과 도면, 지상 지원장비 설계, 제작을 도맡은 것이다. 또 러시아에서 도입된 발사체 1단부 기체를 부산공항에서 고흥 우주센터까지 운송책임을 맡고 조립된 발사체를 발사대까지 끌고 올라가는 트랜스포터 2기도 특별 제작했다.

대한항공은 1976년 항공우주사업본부를 설립한 이후 1977년부터 기술 도입 공동 생산 방식으로 군용 헬기 500MD를 양산하기 시작해 현재 보잉, 에어버스 등의 항공기 동체, 날개 등 주요 파트들을 개발·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급 정지궤도 위성인 통신해양기상위성의 본체 및 통신 안테나를 개발해 아스트리움(ASTRIUM)사에 납품하기도 했다.

화약을 터뜨려 추진력을 얻는 2단계 발사체인 고체연료 로켓은 한화가 참여해 개발했다. 한화는 발사체의 핵심기술인 추진시스템과 관련제어 시스템 제작에 선두주자로 꼽힌다. 추진체를 이루는 유압시스템과 연료시스템, 발사체 제어시스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화는 1991년 한국형전투기(KEF)사업에서 F-16비행 조종면 작동기를 시작으로 항공사업 전용 공장과 연구소를 갖추고 항공기 비행 조종면 작동계통, 발사체 자세 제어시스템 등을 전문 제작하고 있다.

발사장과 발사대건설을 담당한 현대중공업은 2007년 향우연으로부터 공사를 수주했다. 나로호(KSLV-1)가 중력을 이겨내고 발사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지지대 이상의 견고함과 정밀함이 요구된다. 그만큼 난공사여서 세계적으로 발사장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일본 등 12개국에 불과할 정도다.

발사체가 발사될 때는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데 이는 발사대에서 살포된 물이 수증기로 변한 것이다. 이 물은 발사 3초전부터 초당 900리터의 물을 수십 초간 발포해 섭씨 3000도의 화염온도를 450도까지 낮출 수 있다.

발사체 상단을 구성하는 외부 기체개발과 제작을 담당한 것은 두원중공업. 1970년대부터 화력장비, 사격통제, 유도무기 기체 등 방위사업에 뛰어들었다. 그후 1990년대 초부터 항우연과 함께 발사체 기체 구조와 인공위성 열제어계 장비 개발에 나섰다. 항우연이 독자 개발해 쏘아올린 과학관측로켓 KSR-Ⅰ(1993), Ⅱ(1998), Ⅲ(2003)개발에도 참여했으며 이를 통해 로켓 기체 제작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나로호(KSLV-1)의 기체는 항공기용 알루미늄보다 비강도(무게 대비 강도), 비강성(무게 대비 강성)이 3 배 이상 높다. 이 특수 소재를 개발한 곳은 한국화이바. 기체 소재인 고강도탄소섬유는 가볍지만 우수한 카본과 알루미늄을 이용해 만든 벌집형태다.

또 한국화이바는 나로호 최상단에 탑재된 위성과 장비들을 보호하기 위해 외부소음을 차단하는 음향공명기 등을 기체내부에 설치했다. 이밖에 터보펌프를 제작한 삼성테크윈, 2단 기체의 엔진을 만든 비츠로테크, 관성항법유도시스템을 제작한 두산인프라코어, GPS 수신기를 담당한 네비콤 등이 나로호(KSLV-1) 개발에 참여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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