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덩치가 큰 차량을 선호하던 미국인들이 소형차나 하이브리드카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

올해 럭셔리카 판매는 지난해에 비해 21% 가까이 줄었다. 경기침체로 자동차 시장 전체가 주저앉았지만 특히 럭셔리카 시장의 판매감소는 전체시장의 두 배 수준으로 크게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자동차 시장의 변화로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동차업체들은 지금의 변화가 일시적인 판매감소인지 장기적인 흐름인지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사진제공 : 월스트리트저널 온라인

혼란속에서도 많은 자동차기업이 소형차를 준비하거나 고급모델의 저가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속 가능성이나 고연비를 강조하면서 기존의 강한힘을 내고, 고급 가죽시트를 내세우던 럭셔리카 시장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GM의 캐딜락은 10여년만에 처음으로 소형모델인 '캐딜락 ATS'라는 모델을 2011년 출시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폭스바겐 그룹의 아우디도 올해 연비가 ℓ당 17km에 이르는 소형차 A3의 디젤모델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럭셔리카로 유명한 렉서스는 다음달로 예정된 프랑크프루트 모터쇼에서 콤팩트차량을 내놓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럭셔리카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신차의 가격을 구형 모델에 비해 900달러까지 낮추기도 했다.

독일의 BMW도 12기통 6000cc엔진을 탑재한 슈퍼럭셔리 차량 개발계획을 취소하고, 올 연말 미국 시장에 하이브리카를 출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BMW의 미국 생산계획을 담당하는 마틴 버크맨 “소비자의 시장에 대한 가치기준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지속가능성’이 미국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대변인 돈나 보랜드는 “가치를 중요시하고, 절약을 요구하는 새로운 시장환경은 단순한 사치스러움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이같은 흐름은 10년전 주택가격이 치솟고 주가가 오르면서 스스로 부자라고 느끼던 미국인들이 대형 고급차량을 선호하던 것에서 완전히 뒤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시장 분석업체인 오토데이터에 따르면 1990년부터 성장한 럭셔리카 시장이 2005년 한때 전체 시장의 13.5%까지 이르기도 했다.

럭셔리카 시장 위축의 가장 큰 원인은 경기침체다. 하지만 자동차기업이 생각하는 원인은 차이가 있다. 한 업계관계자는 “환경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이 탄소배출이 늘어나는 것을 꺼리고, 연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대형세단의 판매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마이크 로빈스 씨는 1992년부터 메르세데스 300 모델로 32만km가 넘게 타다가 최근에 도요타의 프리우스로 바꿨다. 프리우스는 도요타에서 생산하는 대표적인 하이브리드카다. 그는 “주변에서 프리우스를 타는 것을 보고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좋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그는 중고차 보상프로그램(cash-fot-clunkers)을 통해 4500달러까지 지원받아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렸다.

자동차 업계가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도 쉽사리 대형세단을 포기하지 못하는 속내는 따로 있다. 5만 달러 이상의 차량을 판매하면 1만 달러 이상이 순이익이 생긴다. 하지만 2만 달러 수준의 소형차량을 팔면 고작 몇 백 달러밖에 남지 않기 때문에 자동차 업체들의 고민은 깊어 질 수 밖에 없다.

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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