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문용성 기자]배우 지진희가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에 대해 강한 애착을 내비치면서 또래 남성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를 소개하고 싶다고 밝혔다.

종영과 더불어 오랜만에 여가시간이 생긴 지진희는 최근 아시아경제신문과 만나 ‘결혼 못한 남자’에 대한 뒷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사실 작품에 너무 몰입해 있었고, 살인적인 스케줄이어서 매번 하는 인터뷰조차 제대로 못했네요. 드라마의 중심이 돼서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끌어간 것이 사실상 처음이어서 부담감도 많았고, 욕심도 많았어요. 결과를 떠나서 꽤 만족감을 얻은 드라마입니다.”

지진희가 드라마 시놉시스를 받아본 것은 약 2년 전이다. 그는 일부 대본을 받아봤을 때 무척 하고 싶어 적극적으로 대시했다. 당시 조재희 캐릭터를 연구해 제작진 미팅 중에 연기로 보여줬을 정도였다. 이미 스타덤에 오른 주연급 배우가 마치 신인들이 오디션을 보듯 열심히 자신의 뜻을 보여주는 경우는 드문 일. 하지만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이미지는 일치하는데 연기 소화 능력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태도를 보였다.

드라마에 대한 제작이 결정되고 다시 만난 새로운 제작진은 지진희의 열정과 자신감에 주인공 조재희 역을 그에게 맡겼다.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캐릭터인데다가 현대를 살아가는 남자들을 대변한다는 점, 혼자 극 전개에 책임을 지고 열중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그를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자극했다.

“이렇게 재미있는 코미디는 처음이고, 현 시대를 살아가는 남성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도 꽤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동안에는 작품 하는 동안 힘들어도 억지로 하는 상황이 많았는데 이 드라마를 할 때는 가장 힘들었으면서도 가장 의욕적이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재미있었으니까요. 힘든 줄 몰랐죠.”

그래서 ‘결혼 못하는 남자’ 그리고 조재희라는 캐릭터는 지진희에게 큰 의미를 부여한다. 데뷔 이래 그는 진지하거나 터프한, 그래서 덜 재미있는 캐릭터만 줄곧 연기해왔다. 잔뜩 인상을 쓰거나 거의 표정이 없는 인물을 연기하다 보니 대중은 본인도 무뚝뚝한 사람이라고 여길 정도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무뚝뚝하고 인간성이 말살된 것 같은 캐릭터였지만 시청자들을 웃기고 생각하게 만드는 내용 때문에 지진희는 재미를 느꼈다. 3개월 동안 단 하루도, 아니 몇 시간조차 쉬지 못하고 촬영했지만 전혀 지치지 않았던 이유다. “사실 제가 아직 연기가 부족해요. 그런데 이번엔 연기를 한 것 같아요. 잘은 아니더라도 아주 열심히는 했죠. 원하는 만큼 표현한 것 같고. 드라마 끝나고 그동안 못 본 사람들 만나면서 술도 마시고 여독을 푸는데 내심 뿌듯했어요.”

지진희가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 남성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를 소개하고 창출하고 싶다는 것이다. 얼마 전 유럽을 돌아다니며 각종 와인을 공부하고 와인 관련 책자를 출간한 것도, 작품에서 가급적 독특한 캐릭터를 찾아 연기하는 것도 그 이유다. 특히 중년이 돼가면서 남성들이 즐기거나 몰입할 수 있는 취미가 없기 때문에 이들의 문화가 황폐해진다는 것.

그는 “남성들이 일 외에 무언가에 푹 빠져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적어도 어두운 문화에 빠지는 것만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운동이든 미술이든 음악이든, 요즘 유행하는 사진도 참 좋은 취미다. 이외에도 좋은 취미 활동거리와 문화생활 거리가 얼마나 많은지 먼저 경험하고 정리해서 책으로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진희는 차기작으로 영화 ‘집나온 남자들’을 선택했다. 가출한 아내를 찾아나서는 남편이다. 결혼 못하는 남자가 마음을 열고 결혼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으로 마무리됐는데 결혼을 했더니 아내가 가출하는 묘한 형국이다. 이 역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성의 이야기 중 하나이기에 지진희가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낼지 자못 기대된다.

문용성 기자 lococ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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