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란이 부동산 경매시장을 덮쳤다. 전세값이 크게 뛰면서 경매로 내집을 마련하거나 투자하려는 사람이 몰려 수요층이 두터운 중소형아파트 인기가 치솟고 있다. 집값 상승 불안감도 기름을 끼얹었다.

2일 경매정보업체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8월 서울에서 감정가 6억원 이하 중소형아파트(전용 85㎡이하)의 낙찰가율은 92.03%로 전월(89%) 대비 3.03%포인트 상승했다.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낙찰가율이 90%대로 올라선 것도 지난해 8월(93.23%) 이후 1년 만이다. 당시는 강북 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했던 시기다.

이 같은 현상은 3억원 이하 저가 중소형아파트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3억원 이하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전월에 비해 4.90%포인트 상승한 94.72%를 기록했다.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 값이 평균 2억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세입자들이 내집마련을 위해 저가 아파트로 몰리고 있다는 증거다.

저가 중소형아파트의 인기는 고가낙찰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달 중소형아파트의 고가낙찰 건수는 25건으로 전체 낙찰건수(127건)의 20%를 차지했다.

지난 달 11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노원구 중계동 삼성아파트 85㎡(24평형)가 첫회 유찰 후 두 번째 입찰에서 14명이 몰리면서 감정가 2억7500만원의 141.45%인 3억8899만원에 낙찰됐다. 결국 법원에서 불허가 판결이 나와 재경매되지만 과열양상이 뚜렷하다.

19일에는 영등포구 양평동3가 삼호 110㎡(33평형)가 두 번째 입찰에서 22명이 응찰해 감정가(3억7000만원)의 99.40%인 3억6778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일부의 경우 일반 매매시세보다 높은 가격에서 낙찰되기도 했다.

이정민 디지털태인 팀장은 "전세난에 따른 전셋값 상승과 가을철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팽배해지면서 전세자금으로 아예 집을 사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당분간 소형 저가 아파트의 인기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민진 기자 asiakmj@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