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위기에 따른 불황 여파로 일본 내수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반짝 수요를 불러일으켰던 에코 포인트 수요까지 바닥나자 일본 가전업계가 해외 전략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가전업계는 특히 냉장고, 세탁기 등 이른바 ‘백색가전’의 에너지 절약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여 해외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오는 가을부터 적용되는 미국의 '에너지 스타(에너지 절약제품)' 보조금과 중국의 친환경 제품에 대한 보조금 수요를 겨냥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파나소닉이 지난 1일 선보인 냉장고와 세탁기에는 자동적으로 환경을 감지해 작동하는 ‘에코나비’ 기능이 처음 내장됐다. 예를 들어 드럼세탁기는 세탁물의 오염 정도를 스스로 감지해 세탁에 필요한 물의 양이나 작동시간을 자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가격은 30만 엔(약 404만원)대로 비교적 높지만 에너지절약효과는 최대 10%, 절수 효과는 7%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파나소닉은 냉장고 문을 여닫는 빈도로 생활패턴을 분석해 이를 절전효과로 연결시켰다. 예를 들어 낮 시간대에 냉장고를 여닫는 빈도가 낮은 맞벌이 가정의 경우는 온도가 너무 낮아지지 않게 하는 한편, 밤에는 냉장고 주변의 밝기를 센서가 감지해 취침 중이라고 판단되면 절전운전으로 바뀌는 식이다.

그동안 파나소닉은 절전형 인버터와 센서 등의 기술을 개발해 순차적으로 제품에 도입을 시도해왔다. 이에 따라 2년 전 전체의 50%대에 머물던 절전형 냉장고와 세탁기는 올 들어 70%대까지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나소닉 홈어플라이언스의 다카미 가즈노리(高見和德) 사장은 “세계적으로 환경 의식이 강해지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생기고 있다”며 “세계 최고의 에코넘버원 브랜드로 자리를 굳히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일본전기공업회에 따르면 일본 내 백색가전 판매는 지난 4년간 거의 제 자리 걸음으로 한계에 도달한지 이미 오래다. 그나마 친환경 가전 구입 시 나중에 현금화할 수 있는 에코 포인트 제도가 5월에 도입된 후에는 호조가 지속되고 있어 업계의 친환경 제품 개발 경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쓰비시전기가 이달 25일부터 출시할 냉장고 ‘히카리 빅’ 시리즈에서는 밤에는 자동으로 절전모드로 바뀌고, 문에는 ‘ECO 모니터’를 달아 소비자들이 절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이외에 히타치제작소도 조만간 선보일 냉장고, 세탁기 신제품에 친환경 기능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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