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싣고 이동하던 지게차에 치여 교통사고를 당했을 경우, 운전 중 사고에 해당하지 않아 운전보험금을 탈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운전 중인 지게차에 치여 사망한 A씨의 유족들이 "50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H화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2008년 3월19일 오전 9시40분께 광주시 소재의 B상사 안을 걸어가다가 물건을 싣고 이동 중인 지게차에 치여 현장에서 사망했고, 이에 A씨의 유족들은 지게차 운전수와 운전자 보험계약을 맺은 H화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건설기계는 일반자동차와는 달리 본래 목적이 교통기능 수행이 아니라 작업기능 수행에 있고, 건설기계의 교통기능은 작업수행을 보조하기 위한 부수적인 기능에 불과하다"면서 "건설기계가 작업기능에 필수적으로 수반되거나 작업기능의 보조역할에 그치는 경우에는 이를 작업기계로 사용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사고가 일반도로가 아닌 작업장 내에서 일어난 점, 사고 당시 지게차가 물건을 싣고 운반 중이었던 점, 지게차는 작업의 성질상 작업기능과 교통기능을 함께 수행할 수밖에 없는 점 등에 비춰 지게차가 작업기계로 사용되는 동안에 발생한 것으로 판단해 보험금 청구를 기각했다"며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법리오해 등 위법이 없다"고 밝혔다.

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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