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블룸버그뉴스

멕시코가 지난해 여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가까이 치솟을 당시 체결한 헤지 거래 계약 덕분에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이익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가 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산유국인 멕시코는 유가가 3분의 1토막으로 급락하는 상황에 대비했던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모으고 있다.

8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멕시코가 올해 유가 하락을 예상해 지난해 체결한 헤지 거래로 80억 달러를 웃도는 이익을 올렸다고 전했다.

멕시코 재무부는 최근 의회에 헤지 거래를 통해 1000억∼1100억 페소(미화 75억∼82억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보고했다. 이는 올해 원유 수출 가격이 평균 50달러를 밑돌 것이라는 조건 하에서 이뤄진 것으로, 지난해 유가가 20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시장의 전망을 보기 좋게 깨고 거둔 성적이다.

멕시코의 이번 거래는 원유 헤지 거래로는 보기 드문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원유 가격 변동에 대비한 헤지 거래로 수익을 올린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에콰도르와 미 텍사스 주는 원유 가격 변동을 대비한 헤지 거래를 했다가 실패해 정치적인 역풍에 시달린 바 있다.

에드워드 모스 LCM커머더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멕시코의 성공은 작년 원유시장의 특이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원유가격이 과도하게 올랐다는 점에서 올해는 하락할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멕시코의 사례가 다른 국가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소식을 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단단히 '뿔'이 났다. 가뜩이나 원유 가격 하락으로 인해 수입이 크게 줄어든 마당에 세계 6위 산유국인 멕시코가 유가가 떨어질 것을 예측해 수익을 거뒀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 OPEC 회원국들은 멕시코가 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미 정부 추산에 따르면 OPEC 회원국들이 올해 원유 수출로 거둔 수입은 5550억 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40%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기훈 기자 core8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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