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숨긴 채 성관계를 가졌다면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에이즈 감염된 채 수차례 성관계를 갖고 성전환자(트랜스젠더)의 해외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위반 등)로 기소된 A(49)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2002년 3월 에이즈 감염자로 확정 판명된 A씨는 이 같은 사실을 숨긴 채 트랜스젠더 B씨 등을 상대로 구강 및 항문 성교를 하면서 체액ㆍ혈액을 통해 타인에게 에이즈를 전파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숨긴 채 성관계를 함으로써 타인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원심이 피고인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하지 않고 1년6월의 징역형을 선고한 것은 그 형이 너무 무겁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주장은 역시 적법한 상고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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