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박수익 기자] 금융당국에 이어 예금보험공사도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전 우리은행장)에 대해 '직무정지 3개월 상당' 조치를 내렸다. 예보는 25일 임시 우리은행의 지난해 4분기 경영계획이행약정(MOU) 점검 관련, 임시 예보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제재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지주의 대주주인 예보는 황 회장이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이뤄진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투자로 발생한 1조6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우리은행의 지난해 4분기 경영이행약정미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

이재호 예보 이사는 "우리은행이 CDO·CDS 투자로 인한 대규모 손실 발생으로 5개 MOU 목표 중 총자산이익률(ROA), 판매관리비용률, 1인당 조정영업 이익 등 3개 항목의 목표를 미달했다"고 밝혔다. 또 "우리은행이 당시 투자금융(IB) 부문에 대해 과도한 성과 목표를 부여했고,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시스템이 미비한 상태에서 고위험 투자를 했으며, 유동성이 극히 제약된 상품의 특성을 무시하고 품의서와 상이한 투자를 했다"고 지적했다.

예보의 제재는 ▲주의 ▲경고 ▲직무정지 ▲해임 순으로 수위가 높아지는데, 직무정지 이상의 중징계가 결정된 경우는 정태석 전 광주은행장에 이어 두번째다. 황 회장은 예보로부터 직무정지 제재를 받음에 따라 향후 5년간 예보와 MOU를 맺은 우리금융·우리은행·경남은행·광주은행·서울보증보험·수협 신용사업부문 등 6개 기관의 임원이 될 수 없다. 다만 우리금융의 민영화가 추진중인 점을 감안하면, 제재의 실효성보다는 상징성이 크다. 예보는 또 황 회장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 향후 법적 검토를 거쳐 입장을 확정키로 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도 지난 9일 황 회장에 대해 우리은행장 재직시절 파생상품 투자시 관련 규정을 위반해 손실을 끼쳤다고 판단, 직무정지 3개월 상당의 중징계를 내렸다. 황 회장은 금융당국의 제재가 확정된지 보름만인 지난 24일 "본인의 문제로 인해 조직의 성장·발전이 조금이라도 지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오래된 소신"이라며 KB금융지주 회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한편 예보는 이종휘 우리은행장과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에게도 경영이행약정 미달 책임을 물어 각각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에따라 지난 2006년 성과급 과다 지급과 관련해 예보로부터 한차례 '경고'를 받았던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경고 2회 누적으로 향후 3년간 예보와 MOU를 맺은 금융회사 취업이 금지돼 우리은행장 연임을 할 수 없게 된다.

예보는 또 박병원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각각 '주의' 조치를, 장병구 전 수협 신용사업부문 대표도 재무목표 미달 책임을 물어 주의 조치를 내렸다. 우리금융지주, 우리은행, 수협신용사업부문, 서울보증보험에 대해서는 각각 MOU상 재무목표 미달에 대해 기관주의를 결정했다. 아울러 우리은행에 대해서는 재발 방치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 체계와 내부통제 시스템·임직원 성과 보상체계의 개선, 내실경영 강화 등 전반적인 경영 개선 방안을 수립해 보고토록 했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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