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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신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명성황후 민자영역의 수애. |
[아시아경제 황용희 기자]감성 연기의 대표주자 수애와 조승우가 나선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이하 불꽃 나비)에는 흥미진진 팩션코드가 있다.
일반의 예상을 완벽히 뒤집은 흥행코드가 드라마 곳곳에 숨어있는 것. 영화팬들 또한 영화가 갖고 있는 특이성과 독창성으로 인해 더욱 흥미를 갖게 된다.
일단 호위무사 '무명'(조승우 분)과 조선의 마지막 국모 명성황후 '민자영'(수애 분)이 애뜻한 사랑을 나눴다니 경우에 따라서는 역사왜곡 논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물론 이 영화가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인물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만든 '팩션' 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영화가 크게 성공할 경우 민씨 가문에서 문제를 삼을 소지 또한 있다.
실제로 영화 '미인도'에서 불교계의 부조리를 소재로 삼았다 해서 불교계가 항의했고,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를 보고는 일부 카톨릭 신자들이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영화제작자인 ㈜싸이더스FNH 김미희 본부장은 "이번 영화에서는 당시 역사적 환경과 각 등장인물간의 관계, 그리고 인물들의 성향 등이 새로운 시각로 재해석 됐다"며 "무명과 명성황후 간의 애뜻한 사랑과 함께 이들 소재를 눈여겨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 영화에서 김용균 감독은 역사적 고증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김 본부장은 밝혔다. 일본과 러시아, 그리고 유럽세간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명성황후를 통해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색다름을 더했고, 긴장감도 한층 높일 수 있었다는 것.
이 과정에서 서양 드레스를 입고 신기해 하는 명성황후의 모습은 영화팬들에게 매우 이채롭게 다가선다.
그런가하면 임오군란은 슬쩍 넘어갔다. 민족적인 아픔을 크게 부각시키지 않기 위함이었다고.
또 명성황후와 대원군과의 관계도 우리가 생각하던 기존의 생각은 전면으로 배반했다. 기존엔 이들의 관계를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권력다툼으로 묘사해 왔다. 하지만 '불꽃 나비'에서는 정치적 성향의 차이로 해석했다. 명성황후는 개혁의 전도사였다. 열린 정치를 원했던 것. 하지만 대원군은 보수정객이었다. 이들이 서로간의 생각을 관철하기위해 대립하고 화해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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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 본부장 역시 "김용균 감독은 명성황후와 대원군 간의 대립을 일제가 만들어왔던 '권력암투'가 아닌 '정책 대결'로 해석했다. 명성이 개혁을 외친 데 비해 대원군은 보수주의자였다"며 "김 감독의 새로운 해석이 영화를 보는 내내 새롭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팬들이 가장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마지막 부분이다. 일제가 명성황후를 시해하기 위해 궁궐로 난입했을 때 대원군이 자신의 비장인 뇌전(최재웅 분)에게 칼을 주며 '가서 내 며느리를 지켜라'고 말한 대목이다. 이 말 한마디에 며느리를 생각하는 사아버지의 마음이 절절히 표현된다.
또 고종에 대해서도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다.
이 영화에서 고종은 매우 똑똑했다. 그리고 고품격 문화도 즐겼다. 특이한 것은 고종 또한 명성황후의 열린 마인드를 은근히 좋아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명성황후를 정치적 동지로 선택했으며, 정치적인 유대감도 함께 즐겼다.
따라서 '불꽃 나비'는 기존 우리들이 갖고 있던 조선말 격동의 세월을 새로운 각도로 조명하고, 일제가 만들어낸 스토리를 우리식으로 만들었다는 긍정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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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희 기자 hee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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