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숙혜 기자] 선진 7개국(G7)이 글로벌 경기 회복이 미약한 수준이며, 출구전략을 시행하기에 이르다는 데 입을 모았다. 또 G20 회의에서 제시한 금융시스템 규제 방안에 동의하는 한편 강달러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3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회의를 가진 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는 각 정부의 과감한 경기부양책으로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스템이 침체의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회복의 강도가 매우 미약하며, 실업률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등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9월 미국 실업률이 9.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 회복 신호에도 고용은 날로 악화되는 양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 2.5%에서 3.1%로 상향 조정했지만 예상보다 빠른 회복이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의존한 측면이 크기 때문에 위기 이전 수준의 회복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유지하는 한편 금융권에 1조 달러에 달하는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와 별도로 오바마 행정부는 787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시행 중이며, 유럽과 아시아 주요국 역시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와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단행했다.

최근 나타난 자산 가격 상승과 소비 회복은 이 같은 정책에 힘입은 것으로, 부양책을 종료한 후 민간 부문이 회복 기조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과잉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이른바 ‘출구전략’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데 금융 정상들은 입을 모았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궁극적인 출구전략의 시행 방안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부분이지만 비전통적인 정책들을 종료하기에는 아직 때가 이르다”며 금융시스템이 정상화되고 탄탄한 경제 성장이 확인되기 전까지 출구전략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금융정상들은 또 출구전략을 시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때 반드시 각 국의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상들은 최근 달러화 약세 흐름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강달러 지지 입장을 분명히 내비쳤다. 달러화 가치 하락은 미국의 수출 경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일본과 중국 등 대미 수출국 경기 회복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 정상들은 달러화 약세 문제가 대공황 이후 최대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글로벌 경제가 풀어야 할 마지막 과제라고 말했다. 크리스틴 리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달러화 강세가 필요하며, 외환시장의 지나친 등락은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G7 재무장관은 중국이 위안화 환율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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