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정운찬 국무총리는 6일 김영삼,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해 국정 운영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3시 주호영 특임장관 등과 함께 서울 상도동 김 전 대통령의 자택을 찾아 20여분간 환담을 나눴다.

김 전 대통령이 "축하한다. 반갑다"고 인사를 하자 정 총리는 "김 전 대통령이 민주화를 위해 애써 줘서 우리가 자유롭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최근에 병원에 다녀왔다고 들었다"며 안부를 묻자 김 전 대통령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에 갔을 때 날씨가 너무 더웠다. 나도 병원에 다녀왔지만 김수한 전 국회의장도 병원에 가 링거를 2대나 맞았다더라"고 근황을 전했다.

정 총리가 "요새도 운동하시냐"고 묻자 김 전 대통령은 "운동한다. 오늘 아침에도 1시간 반 이상 걸었다. 걷는 게 제일 좋은 운동이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오는 26일 일본 와세다 대학에 가서 연설을 한다. 일본이 54년만에 정권교체를 했는데, 일본의 선거혁명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며 "일본에서 일주일 정도 머무르면서 교민들도 만나고 할 것"이라고 알렸다.

정 총리는 이에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전에 가서 화해하는 모습이 좋게 보였다"며 "앞으로도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셔서 좋은 말씀해주시고 든든한 병풍이 돼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화답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예방이 끝난 후 집 앞까지 나와 떠나는 정 총리를 배웅했다.

정 총리는 이어 3시40분께 서울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자택을 찾아 약 50분간 머물렀다.

전 전 대통령은 정 총리와 악수를 나눈 후 "중요한 시기에 중책 맡았다"며 "대통령을 잘 보좌해달라"고 당부했다. 정 총리는 "염려말라. 잘 지원해 달라"고 답했다.

전 전 대통령은 "정 총리가 경제를 전공했는데, 지금 제일 어려운 것이 경제"라며 "우리나라에 사상적 심리적으로 갈등이 심하다. 국민화합과 사회안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북통일이 중요한데 독일도 통일도 안 될 것 같더니 되더라. 우리도 국력이 신장되는 시기이니, 약한 쪽이 살기 위해 손을 내밀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정 총리는 "경제성장을 이루고 여러가지 불균형과 양극화를 해소하며 사회통합을 이뤄야 통일이 준비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이에 전 전 대통령은 "국민 구성원이 내가 재임할 때와 달리 복잡한데 나라의 책임을 맡은 사람들이 여러 분야에서 땀 흘리고 뛰어서 파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총리가 "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물가를 잡은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히자 전 전 대통령은 "(통계가 아닌) 실제 물가상승률은 44% 정도 됐는데 내가 물가를 한 자리로 해야 한다고 했더니 작고한 삼성그룹 이병철 전회장이 '젊어서 의욕이 좋다'고 하더라"고 회고했다.

전 전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지금도 어려운데 정부가 잘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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