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유럽 경제의 ‘화약고’ 라트비아발(發) 금융 위기가 재점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라트비아가 국채 입찰에 또 다시 실패하면서 라트화의 평가절하에 무게가 실리기 때문.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라트비아 재무부는 800만 라트(166억달러) 규모의 6개월물 국채에 대해 입찰을 실시했지만 단 한 건의 응찰도 없었다고 밝혔다. 국채 발행이 실패로 돌아가자 재정적자 축소에 대한 불확실성과 함께 라트화 평가절하 가능성이 고조됐다. 지난해 12월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75억 유로(약 11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라트비아는 재정 안정을 위해 적자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의 라트화 평가절하 관측에 대해 라트비아 정부는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 발디스 돔브로프스키스 라트비아 총리는 “라트비아는 현재 모든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있다”며 시장 불안을 해소하는 데 급급했다. 라트비아 중앙은행 역시 평가절하 정책이 라트비아 정부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고 궁극적으로 금리를 끌어올릴 것이라며 정부의 입장을 지지했다.

하지만 국채 입찰이 실패한 상황에 라트비아가 평가절하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는 모습이다. 특히 라트비아 정부가 모기지 대출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상환 금액의 상한선을 설정하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평가절하는 시간문제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즉, 라트비아 주택담보대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유로화 표시 채권 보유자들이 정부의 정책으로 안심하게 되면서 평가절하를 용인하게 됐다는 해석이다.

유로화 페그제를 택하고 있는 라트비아가 평가절하정책을 취할 경우 유럽 경제가 받을 파급효과는 상당하다. 페그제를 택한 다른 동유럽 국가들이 이를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라트비아를 포함한 발틱국가에 투자비중이 높은 스웨덴이 불안감에 떨고 있다. 스웨덴 은행들은 라트비아에 1380억 크로나(약 196억2000만 달러)를 투입했고, 발틱국가에 총 4600만 크로나의 여신을 보유하고 있다. 라트비아 국채 입찰 실패 소식에 스웨덴 크로나 대비 유로화 환율이 10.3670까지 치솟은 것이 이런 불안감을 대변한다.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라트비아 정부 관리들은 모기기 관련 조치가 평가절하의 전단계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평가절하정책이 라트비아의 수출 경쟁력을 빠르게 회복시켜 줄 뿐 아니라 부채 축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신흥시장 전문 이코노미스트인 닐 시어링은 “라트비아는 실질 환율보다 고평가된 페그제 환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페그제를 고집할 경우 2~3년간 디플레이션은 물론 실업률 상승 및 임금하락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보경 기자 pobo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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