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정책이 부유층의 투기놀이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권택기 한나라당 의원은 9일 국정감사에서 "서민과 금융소외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마련된 보금자리론이 '서민 내집마련'이 아닌 '부유층 부동산 투기'를 위한 보금자리론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검증 없이 대출한도를 상향한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주택금융공사가 권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 1월 보금자리론 대상 주택가액을 최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대출한도 역시 지난 5월부터 3억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 실시했다.

이같은 한도 상향은 9억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중위층 최고 소득인 월 557만원으로는 16년 이상 소득 전액을 모아야 하고, 중위층 최저 소득인 월 260만원으로는 28년 이상 소득 전액을 모아야 내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셈이다.

권 의원은 "이러한 고객 대출 한도가 과연 서민층 내집마련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며 "이는 실적올리기에 급급한 주택금융공사의 섣부른 정책 조정"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2008년 기준으로 3억원 이상을 대출한 자는 전체 대출자 4만4431명의 0.7%에 불과한 295명 수준"이라며 "소수의 고액대출자를 위해 대출 한도를 늘려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로인해 공사의 공사의 대출한도 상향 이후 3억원 이상 대출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같은 기간 0.7%에서 1.4%로 두 배 이상 늘었고, 3억원 이상 대출 금액 또한 2006년 87억원에서 2009년 8월말 현재 400억원대로 증가했다.

권 의원은 "더욱이 대출금액별 상위 100위에서 국세청 지정 주택투기지역이 26건이나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부동산 투기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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