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장정훈] 12일 오후 3시 경기도 안성 시내에서 3㎞ 정도 떨어진 안성~음성 간 동서고속도로의 남안성 톨게이트. 7개의 차량 진출입구 중 2개 차로는 입구 위에 붉은색 X표시등이 켜진 채 굳게 닫혀 있다. 통행료를 징수하던 김연옥씨는 “(세 개 차로가 열려 있는데) 두 개 차로만 열어도 차량이 전혀 밀리지 않는다”며 “하루 평균 진입 차로에 평균 1200대 정도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덤프트럭과 버스 몇 대가 오갈 뿐 차로가 한산했다. 회사원 최모(45)씨는 “가끔 이 고속도로를 이용하는데 어떤 구간에서는 나 혼자 달리는 경우도 있다. 차가 너무 없어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왕복 4차로(31.3㎞)의 이 고속도로는 2008년 11월 개통됐다. 산악 지대가 많아 전체 구간의 30%가 터널과 교량으로 돼 있다. 발광다이오드(LED) 시선유도등과 생태습지 등이 설치된 친환경·최첨단 고속도로다. 공사비만 6109억원이 들어갔다. 한국도로공사는 개통 당시 하루 평균 3만7000여 대가 통행해 연간 1043억원의 물류비를 절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지난해 11, 12월 이곳을 통행하는 차량은 하루 평균 1만1000여 대에 그쳤다. 수요예측치의 30%에 불과하다. 통행량이 적다 보니 스피드광들의 번개모임 코스로 활용된다. 인터넷 카페에는 “동서고속도로에서 번개로 경주를 하자” “(스포츠카) 브레이크를 길들이는 데 안성~음성만 한 데가 없다”는 말이 오간다.

2001년 이후 정부 예산으로 건설한 고속도로는 모두 13곳. 이 중 수요 예측치보다 실제 통행량이 많은 곳은 한 곳도 없다. 서해안선과 호남선·중부선 등 남북축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익산~장수고속도로(61㎞)는 1조3000억원을 들여 2007년 개통했다. 도로공사의 수요예측치는 하루 평균 4만7000여 대였지만 지난해 평균 통행량은 7200여 대(15%)였다. 2006년 개통한 장성~담양 고속도로의 통행량은 예측치의 19%에 불과하다. 이 고속도로들은 모두 국토해양부의 사전 타당성 검토를 거쳤다. 12일 한국도로공사 국정감사에서 부실한 수요예측이 도마에 올랐다.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은 “도공이 2001년부터 올해까지 19조원의 사업비를 들여 개통한 13개 고속도로의 실제 통행량은 수요예측치의 평균 5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도로공사 류철호 사장은 “안성~음성 간 고속도로의 경우 1990년대에 타당성 조사를 거쳐 수요예측을 했다”며 “당시 수요예측 시스템이 부실한 측면이 있어 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성=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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