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머빈 킹 영란은행 총재가 재차 은행 사업 부문의 분리를 주장했다. 규제 강화는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올바른 처방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21일 파이낸셜타이스(FT)에 따르면 킹 총재는 은행의 사업 영역을 전통적인 예금과 대출을 중심으로 하는 공적 성격이 짙은 사업과 자가매매를 포함한 투자 부문을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사업 부문에서 안정적인 이익 창출을 추구하는 한편 투자운용에서는 공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킹 총재의 주장이 오히려 지나치게 신중한 은행들의 경영활동으로 인해 실패하는 사례를 막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또 그의 의견은 영국의 일반적인 분위기나 국제 사회가 요구하는 은행의 개혁방향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국 재무부와 금융감독청(FSA)는 은행을 분리하는 의견에 동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이 파산에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사망선택유언(living wills)’을 채택하도록 하는 한편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

국제사회의 의견 역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금융안정포럼과 바젤위원회는 향후 은행의 파산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은행의 자본금에 대해 양적·질적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킹은 “지금까지 영국 은행들에게 나타난 실질적인 변화는 하나도 없다”며 “자본을 강화하고 은행 임직원의 보너스를 규제하는 방향이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채무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등 자본을 늘리는 일이 ‘가치 있는 일’이지만 효과는 크게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은행 규제가 투기로 인한 실패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FT는 킹의 이 같은 입장 표명으로 영란은행과 재무부 간의 갈등이 생겨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재무부는 올 여름 은행 분리가 실패에 안전하게 대응하는 길이라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내용에 보고서를 발행한 바 있다.

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