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용석 기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올해 3.4분기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대비 2.9%의 ‘고(高)성장’을 기록한데 대해 정부 정책과 기업의 노력 등에 따른 긍정적인 결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경제전망에 대한 '낙관론'에 대해선 거듭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윤 장관은 이날 세계경영연구원 정책포럼 주최로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최근 경제상황에 대한 평가와 위기 이후 재도약 과제’ 특강을 통해 “3·4분기 성장률은 재정, 환율, 유가 등의 제약요인을 감안할 때 말 그대로 ‘서프라이즈(놀라운 일)’에 해당한다”며 “작년엔 9월이었던 추석이 올해는 10월로 이동한데 따른 효과와 노후차량 교체에 대한 세제지원 등일 일시적으로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지만 3·4분기 성장률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4%로 유지했는데, 불과 몇 달 만에 ‘플러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점쳐질 정도로 상황이 빠르게 개선됐고, 성장의 내용 또한 재정여력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점차 민간 부문이 배턴을 이어받아 회복세를 이끌기 시작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윤 장관의 설명이다.

다만 그는 “(우리 경제의) 위험정도가 줄어들었다 할지라도 ‘조심스럽게 낙관한다’는 균형 잡힌 시각은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세계경제의 회복지연 가능성, 자산시장의 불안 소지, 유가상승, 신종인플루엔자 등의 위험요인이 남아있는 만큼 계속 경각심을 갖고 경제여건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우리 경제가 급격히 호전되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낙관론으로 흐르기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윤 장관은 최근 호주의 금리인상을 계기로 논란이 되고 있는 ‘출구전략(exit strategies)’ 시행 시기에 대해서도 “판단 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하긴 어렵지만, 우리의 경우 민간 부분의 자생적 경기 회복력이 아직 미흡하고 고용 부진이 해소되지 않는데다, 물가안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자산시장의 과열 우려도 진정되고 있다”면서 “아직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하기는 시기상조라고 판단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또 그는 출구전략의 국제공조와 관련해서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사항은 경제 회복이 공고화됐을 때 상대국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시행하되, 그 시기와 규모, 순서 등은 국가나 정책 형태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정부는 이 같은 국제공조 정신을 지키면서도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정책을 시행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윤 장관은 ▲성장잠재력 약화 가능성과 ▲지나치게 높은 대외의존도 ▲지속적인 성장과 고용 간의 관계 약화 ▲저출산 고령화 현상 ▲정규직과 비정규직,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소득계층 간의 ‘이중구조’ 등을 우리 경제의 주요 도전과제로 꼽으면서 “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모습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세계경제질서와 무역환경 등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점에 대해선 별 이견이 없다. 우리경제의 패러다임도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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